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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통합·분당론에 존립 기반 호남 정가 '술렁'

입력 2017.11.19. 10:53 댓글 0개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막막" 입지자들 하소연
"통합·분당= 선거 필패"… 지도부 책임론 대두
"곯은 곳은 터져야, 혁신의 산통" 주장하기도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놓고 국민의당 내 찬성파와 반대파간 내홍과 대립이 심화되면서 당의 존립 기반인 호남 지역정가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당의 지지 기반을 공공히 다지기 보다 '탈(脫) 호남'을 주창하는 바른정당과 손을 잡거나 아예 당이 쪼개지는 것은 "선거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당직자, 입지자 모두 긴급모임이나 삼삼오오 만남 등을 통해 추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등 중앙당발(發) 정계개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당 최경환 광주시당위원장은 19일 긴급입장문을 통해 "다당제 정치에 자부심을 느낀 당원들과 기대를 보냈던 지지자들은 보수의 그늘로 회귀하는 국민의당의 비틀거리는 뒷모습을 보고 한숨 쉬고,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통합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당을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혼란을 자초한 지도부의 책임 통감도 촉구했다.

국민의당 소속 모 광주시의원도 "밑그림도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설프게 통합론을 터트려 국정감사가 묻히는 부작용을 낳더니, 이번에도 당의 말초신경이나 다름없는 지방의원이나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사전 공감도 없이 통합과 분당이 논의돼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당의 한 당직자는 "당이 갈라서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박지원 전 대표와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평화개혁연대'를 만들어 당을 지키겠다고 노력하지만 상황은 분명 어렵고, 터널 속"이라고 당의 상황을 전했다.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골쇄신하며 지지율을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되레 찬물만 끼얹고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지방선거에 뜻을 두고 있는 한 입지자는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색채가 전혀 다르고 당의 정통성과도 어긋나는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 카드는 호남지역 입지자들에게는 '지방선거를 포기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5·9 대선 전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중후반이던 지지율은 한국갤럽의 11월 3째주 여론조사(14~16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 10%로 더불어민주당 62%와는 비교조차 안되고 정의당(6%)에도 바짝 쫓기는 형국이다.

분당 후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광주 5∼6석, 전남 5∼6석, 전북 6석에다 비호남권을 더하면 20∼22석은 무난할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반(反) 안철수, 비(非) 안철수계에다 독자 노선을 추구할 수 있는 일부 의원을 감안하면, 20석 채우기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1일로 예정된 끝장토론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국민의당이 두 개로 쪼개지고, 원내 교섭단체가 두 개 더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입지자들 입장에서는 정치적 진로가 그만큼 혼란스럽고 예측불가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국민의당의 경우 호남권 지역위원장 대부분이 현역 국회의원이어서 이들이 통합파와 분당파로 양분될 경우 지역위원장의 선택지를 그대로 받아 들일지, 등을 돌리고 승산있는 카드를 집어들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국민의당 소속 한 기초의원 입지자는 "그동안 2년 가까이 국민의당 소속으로 활동했고 각종 정치스쿨도 수료했는데 분당될 경우 전혀 새로운 이름으로 유권자들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분당을 감수하고라도 혁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한 광주시의원은 "무리하고 성급한 일방통행으로 집토끼마저 놓칠 지 걱정스럽지만, 그렇다고 곯은 상처를 방치할 순 없지 않느냐"며 "곯은 곳이 터져야 새살이 돋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한 입지자는 "혁신을 위한 예견된 산통 아니겠느냐"며 "당이 쪼개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화위복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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