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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극이 중요한 이유 찾았다…'오디세우스, 길을 찾는 자'

입력 2017.11.19. 09:08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아동극과 성인극은 있으나 그 사이에서 마땅히 자리매김해야 할 청소년극은 없다시피 하다. 국립극단이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운영하며 수작들을 내놓지만, 연극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한국메세나협회(회장 박삼구)와 LG연암문화재단(이사장 구본무)이 LG아트센터 함께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홍릉 KOCCA콘텐츠시연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오디세우스, 길을 찾는 자'는 일반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는 작품이라 눈길을 끈다.

청소년 대상 연극 교육 프로그램 'LG 나는 배우다'의 하나로 청소년극 전문단체인 북새통의 남인우 연출을 비롯해 전문 연극인들이 함께 한다. 민간에서 청소년극 관련 프로그램을 내놓는 건 드문 일이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한 연극 '오디세우스, 길을 찾는 자'는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집으로 귀환하는 오디세우스의 귀향 모험담이다. 방황과 도전 그리고 모험으로 가득 찬 그의 삶은 청소년의 현재와 겹쳐진다.

공연에 앞서 지난 17일 KOCCA콘텐츠시연장에서 만난 남 연출은 "청소년들에게 유효한 삶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올해 9월 만 13세부터 24세 사이의 청소년·청년 20여 명의 신청을 받아 총 6회 워크숍을 치르고 오디션을 통해 최종 출연 배우 10인을 선발했다.

지난해 같은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의 호응을 경험한 남 연출은 "이 프로그램은 전문 배우를 뽑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연기를 잘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연극에 출연하는 것이 무엇인가, 연극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등을 고민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연극 '가믄장아기'와 '행복한 왕자'로 어린이·청소년연극상을 휩쓴 아동·청소년 연극 전문 연출가인 남 연출은 소리꾼 이자람과 함께 만든 '사천가', '억척가'로 유명하다. 지난 2011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내놓은 첫 작품인 '소년이 그랬다' 역시 그가 연출했다.

남 연출은 "일반 청소년은 기계적으로 연기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에너지를 온전히 나누는 느낌"이라면서 "거침없는 표현을 할 때도 있는데 무엇보다 관객과 에너지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얼마나 기특하고 신기한지 모른다"고 웃었다.

"연극은 타인의 삶을 경험하게 해준다. 삶을 살아가는 데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다. 가짜가 만들어낸 타인의 삶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생긴다. 청소년들이 기능적으로 연극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서 질문하게 만들고 싶다."

연극을 공부하는 이모를 두고 있지만 배우 꿈은 전혀 없었다는 김유라(17·영종국제물류고등학교)양은 '오디세우스, 길을 찾는 자'에서 노래까지 하는 '멘토르' 역을 맡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웃었다. "내성적이었는데 리더십이 키워졌다"면서 "학교에서도 친구들을 밝게 이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진로를 탐색 중이라며 배우뿐만 아니라 연출을 비롯헤 조명감독, 무대감독 등 연극을 만드는 관련 직업들에 관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지난 13일과 15일 각각 김포중학교와 성남동중학교에서 또래 친구들 앞에서 공연한 것이 큰 경험이 됐다.

김양은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본 것이 처음이라서 걱정했는데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됐다"면서 "사회에 나와 공동체를 형성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LG연암문화재단과 함께 진행 중인 또 다른 공연예술 분야 진로 탐색 프로그램인 '2017 LG 꿈꾸는 프로듀서' 2차 행사를 지난 17일 LG아트센터에서 연극 '골렘'을 보는 것으로 진행했다.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실제적인 예술의 공적 가치를 나누고자 한다"면서 "스타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하기' 경험을 통해 청소년이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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