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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검 환율]원화절상 '희비'…'수출악화' vs '투자활성'

입력 2017.11.19. 08:00 댓글 0개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 둔화…내년도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수도
수입원자재 가격 하락해 '투자 증가'…내수 회복세도 기대
전문가들 "韓 구조상 수출 영향이 더 커…전반적으로 불리"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원화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1090원대로 내려 앉았다.

원화의 평가절상, 즉 원화 대비 달러의 하락은 양날의 검이다. 수출 둔화와 이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는 부작용으로 꼽힌다.

반면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과 설비투자 확대, 해외투자 유인 증가, 그리고 소비자물가 안정 등에 기여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듯 최근의 가파른 원화대비 달러화 환율 하락을 둘러싼 적녹시그널이 켜지면서 논란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97원으로 출발해 1097.5원으로 마감했다. 이틀 내리 연저점을 갱신했다.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본격적으로 하락을 시작한 14일로부터 나흘 만에 20원 넘게 내렸다.

원화 강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 하락은 먼저 수출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비싸진 원화로 해외에 내다 파는 상품 가격도 오르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 등 업체와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때 가격경쟁력이 발목을 잡는다는 이야기다. 올해들어 현재까지 위안화와 엔화의 달러 대비 절상률은 각각 4%대와 3%대 수준이다. 반면 원화는 9%에 달한다.

또 최근 수출 호조가 우리나라 경제 회복세에 기여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같은 수출 둔화가 경제 회복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이 현재 환율 하락으로부터 3~4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둔화될 수 있어 아마 내년도 성장률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화 강세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

먼저 수입물가가 낮아진다. 원자재 가격 등이 하락하면 기업의 생산비용도 그만큼 절감된다. 설비투자 비용 부담도 완화돼 국내 설비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

물가 안정과 구매력 상승으로 내수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특히나 현 정부의 강한 내수 확대 기조와 맞물려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도 주목된다.

그밖에 원화 강세는 주식시장에도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환차익을 노리는 외국투자자본의 국내 유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의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작아지는 효과도 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의 원화 강세는 대체로 불편한 흐름이라는 시각이 많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조업 전반에서 환율의 영향은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수출지표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등 IT업종에 쏠려있어서 문제다.

반도체는 가격경쟁력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이에 반해 가격경쟁력에 민감한 나머지 비IT 업종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눈으로 보이는 지표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수출 호조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에 따른 것으로 그 이외의 수출 기업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원화 강세가 내수 회복에 기여하는 것도 제한적라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춰야 내수에 도움이 되는 것인데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센 상황이 아니라 내수에 기여하는 정도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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