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고민과 사유로 태어난 삶의 면목

입력 2017.11.17. 16:30 수정 2017.11.17. 16:38 댓글 0개
오는 17일 5·18기록관서 기념회
농부시인이 전하는 생의 성찰·탐구


문학평론가 전동진씨는 고재종 시인이 세상을 사는 우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에도 좀 더 안전한 삶을 위해서는 연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데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에 대한 강박을 시인은‘어떤 굴절에도 나를 맞추고 살 일이던가’라고 묻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나아가 세상의 굴곡에 맞추어 내가 적당히 휘어지기 위해서는 속이 비어있어야 하고 그래야 구부러질 수 있는데 시인의 내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소모될 줄 모르는 생각의 과잉’이라고 지적한다.

‘농부시인’으로 남도 시단을 지켜온 고재종 시인이 13년 만에 신작시집 ‘꽃의 권력’(문학수첩 刊))을 펴냈다.

지난 6월 간행에 들어간 ‘시인수첩 시인선’ 여섯번째 권으로 나온 이 책은 그의 3번째 시집이다. 시집에는 모두 64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고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진실성을 형상화하는데 멈추지 않고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없이 자신이 줄곧 추구해왔던 민중시 계열의 농촌시나 생태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삶의 비극적 실존에 집중한 시편들을 선보인다.

이승원 평론가는 “오랜 진통과 고민, 사유의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제시하는 삶의 면목이다”고 평했다.

“꽃을 꽃이라고 가만 불러 보면 / 눈앞에 이는 / 홍색 자색 연분홍 물결// 꽃이 꽃이라서 가만 코에 대 보면 / 물큰, 향기는 알 수 없이 해독된다 // 꽃 속에 번개가 있고 / 번개는 영영 / 찰나의 황홀을 각인하는데 // 꽃 핀 처녀들의 얼굴에서 / 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 벌 나비가 먼저 알고 / 담 너머 大鵬(대붕)도 다 아는 일이어서 /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 /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 꽃의 권력을 따른다 ”(‘꽃의 권력’_

또 생의 본원적 형식에 대한 적극적인 성찰과 탐구에 노력하면서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를 사색한 오랜 숙성의 시간의 산물을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고재종 저서 출판기념회는 오는 17일 오후 6시 30분 광주 동구 5·18 기록관(구 금남로 가톨릭센터)에서 열린다.

담양 출신인 고재종 시인은 1984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첫 발을 내딛었다. ‘새벽 들’, ‘사람의 등불’, ‘쪽빛 문장’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으로 ‘쌀밥의 힘’,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가 있다.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최민석기자 backdoor2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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