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세금 걷는 일, 세금 쓰는 일

입력 2017.11.16. 09:04 수정 2017.11.16. 19:01 댓글 0개
김성후 경제인의창 세무사

며칠 전 모 기관에서 주최하는 워크숍에 다녀왔다. 50여명이 참석했다. 자리에는 물과 초코파이, 포장된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점심식사가 제공됐다. 스테이크가 곁들여진 뷔페식이었다. 맛있는 점심식사였지만 회의비용 지출에 세금이 사용된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세금 걷는 일’과 ‘세금 쓰는 일’이 있다. 어떤 일이 더 중요할까? 어린아이에게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라고 질문하면 철든 아이들은 대답을 회피한다. 우문(愚問)일까? 세금 걷는 일, 세금 쓰는 일 다 중요하다.

매일 매일 계속되는 일상 생활속에서 항상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알게 모르게 우리와 함께하는 그것의 정체는 바로 ‘세금’이다. 누가 얼마만큼의 세금을 내야하는지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만든 법률로 정하고 있다. 이를 ‘조세법률주의’라고 한다. 이렇게 법률에 따라 우리는 일상 생활속에서 다양한 세금을 내고 있다. 국가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많은 일을 한다. 나라를 지키고 범죄를 예방하며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도 하고 우리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해준다. 장기적 시각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정비, 국가경쟁력 제고, 국제협력의 추진 등 많은 정책을 실현한다. 그 비용은 모두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 1966년 3월3일 국세청이 개청됐다. 개청 당시 700억원의 세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50년이 지난 2015년 세수실적은 208조 1천억원이다. 세수 증대치가 약 3천배인 천문학적 증가 수치다. 박정희 군사정권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실현을 위한 세입 증대는 필요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이에 발맞춘 국세수입 증대 필요성 때문에 국세행정이 세수 비상체제로 전환되게 됐다. 세수 제일주의가 국세행정에 접목된 것이다. 1980년대에는 부동산투기 척결을 위해 국세공무원 8천여 명이 투기 특별단속에 동원되기도 했다. 명성그룹, 범양상선 등 신흥 재벌들의 조세포탈사건과 198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도 국세청이 해결사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대기업 총수 일가 등 사회 상류층의 변칙적 부의 세습과 전쟁(?)도 치뤘다. 2001년 조·중·동 등 언론사 세무조사도 강행했다. 2010년대에는 역외탈세방지와 지하경제 양성화에 힘을 쏟았다. 국민으로부터 재정역군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송곳 같은 질타를 당하면서 208조 1천억원의 세금을 징수하기까지 세금 한 푼 마다 굽이굽이 서린 국세 공무원의 애환과 애증이 쌓인 결과이다.

2018년도 우리나라 세출예산은 429조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10일 청와대를 비롯한 각 부처의 2018년도 예산 심사에 돌입했다. 국회에서 예산 심의가 종료되면 그 결과가 행정부로 이송돼 각 부처별로 예산이 집행된다. 이번 예산심사는 정부발목잡기, 당리당략에 치우친 예산나눠먹기, 정쟁을 일삼다 의결시한이 코앞에 다가와서야 촉박하게 심사하는 졸속처리가 돼서는 안되겠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매월 5천만원에서 1억원씩 수십억원이 청와대에 상납됐다는 사실에 대해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 3사가 추진한 해외자원 개발사업들이 수십조원의 혈세를 날릴 판이다. 국방부 납품비리사건,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들도 혈세를 낭비하는 주요 적폐사건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청사신축, 자치단체장의 인기성·선심성 예산사용, 정부지원사업의 공사비 부풀리기, R&D분야 지원사업의 가공비용 계상, 연말예산 몰아쓰기 등에서 예산낭비는 없는지 국민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 또한 사실이라면 정리돼야 할 혈세낭비 적폐이다.

정부에 예산낭비 TF팀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예산을 편성하고 심사하는 기획예산처, 국회전문위원, 국회의원들이 현장의 모든 실상을 파악하기는 쉽지않다. 또 각 부처 내의 감사부서, 감사원이 단속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현장부서 실무경험이 많은 각분야 6급 퇴직자들로 TF팀을 만들어서 제도적·시스템적으로 예산낭비를 막아보자. 투입되는 비용보다 수천배 이상의 효익(效益)이 있을 것이다.

순자(荀子)는 “나라를 풍족하게 하는 방법은 절약해서 쓰고 백성이 넉넉하도록 해주며 그 나머지는 잘 저축해 두는 것이다. 절약해 쓰는 것은 예(禮)로써 하고 풍족하도록 해주는 일은 정치로써 한다”고 설파했다. 우리 국민들도 세금의 역할과 중요성을 올바로 이해하자.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자. 정부와 국회는 우리국민의 피같은 세금이 올바로, 똑바로 쓰일 수 있도록 국민의 시름과 걱정을 덜어주는 정치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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