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지역 제품 사주기’ 다시 나서자

입력 2017.11.15. 17:55 수정 2018.01.18. 14:12 댓글 0개
김옥경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지난 1997년, 지역내에서는 광풍처럼 기아차 사주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아시아자동차의 전신으로 지역에 공장을 둔 대표기업인 기아차가 부도유예사태로 큰 파국을 맞자 지역민들이 하나둘 똘똘 뭉쳐 기아차 사주기에 나선 것이다.

기아차 살리기 운동은 지역민 중심으로 기아차살리기 대책본부가 결성돼 기아차를사주는 행동을 넘어‘기아차 사주기 통장만들기’, ‘기아를 위한 국민 후원행사’ 등으로 확대됐다.

광주상공회의소 등 지역 대표 경제단체들도 지역 기업의 제품을 사면 경제발전과 고용창출로 이어진다는 호소문 등을 발표하고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가뜩이나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내에서 주력 산업인 기아차와 협력업체가 도산하게 되면 지역 경제가 회생 불가능 상황으로 전락하게 될 것을 우려한 지역민들의 위기의식이 시민운동으로 승화됐다.

비단 1997년만의 일로만 그치지 않았다.

한 번 시작된 기아차 사주기 운동은 지난 2003년, 2006년 등 기아차가 높은 유가와 원화 가치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지역 대표기업인 기아차에 대한 사랑과 애향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복됐다.

기아차만의 국한된 일도 아니었다.

지난 2010년에는 워크아웃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금호타이어 살리기 행사가 벌어졌다. 특히 광주시를 중심으로 지역제품 사주기 운동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만들기와 기업사랑 운동의 일환인 경제 캠페인으로 추진하며 남다른 성과를 드러냈다.

또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자금 지원을 위해 경영안정자금을 대거 지원하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최근 경기침체 등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기업들의 경영상태가 또다시 악화되고 있다.

장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보해는 지난 2015년 매출 1천220억원, 영업이익 84억2천여만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1천149억원에 영업적자 56억6천여만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어든 5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5억4천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는 직원 임금과 마케팅·영업비 등 고정지출을 절감한 효과로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높다.

보해는 대표상품인 ‘잎새주’의 시장 점유율이 하이트진로 ‘참이슬’에 밀리면서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잎새주의 지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 80~90%를 차지했지만 지난 2014년 60%에서 최근에는 50% 안팎까지 밀려나고 있는 상태다.

이대로 가다간 지난 1950년에 창립돼 7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지역 대표 향토 기업인 보해가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적지않은 우려가 생긴다.

지역민의 성원으로 경영 안정화를 되찾았던 금호타이어도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금호타이어는 최근까지 중국 등 해외매각 사태가 불거져 적지않은 속앓이를 했다. 다행히 해외로의 매각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현재는 채권단 중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실사 등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지역 향토기업들이 이처럼 매출 부진 등 어려움을 겪게 된 배경에는 장기화된 경기침체 이외에도 가격 및 품질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지역민들의 지역 기업제품에 대한 외면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 경제 버팀목인 지역 향토기업의 생산 제품을 애용하는 것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지역 기업이 잘 돌아가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지역민들의 삶이 풍족해질 수 있다.

지역 기업이 없이는 지역의 미래도 없다. 예전 ‘광풍’처럼 불어닥친 지역 제품 사주기 운동이 전방위적으로 다시 시작돼 매출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에 힘을 불어 넣어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오늘 저녁 술 자리부터. “이모, 여기 잎새주 한 병이요.”

김옥경 경제부장 uglykid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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