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의료 인프라 부족한데 비싸기까지… “아파도 참는다”

입력 2017.11.15. 15:45 수정 2017.11.15. 16:37 댓글 0개
세상을 잇다 캄보디아 배움여행<4·완>
캄보디아 깹 의료 실태
공공병원 1개·보건 분소 2개 뿐
2만 인구에 의료진 고작 20여명
‘깡통’ 구급차 긴급후송 불가능
의료보험제도 제정·정착 미흡하고 하루 입원비·노동자 일당 비슷해
약국도 상당수가 무면허로 운영

겉만 번지르르 했다. 깹 시티 중심가에서 차로 5분여 남짓 떨어진 유일한 공공병원이라는 곳 이야기다. 초진실, 혈액검사실, 주사실, 약품보관실, 소아과 등 시설만 갖추고 있을 뿐 ‘속 빈 강정’이 따로 없다. 함께 병원을 둘러본 의료진들은 ‘우리네 시골 보건 분소의 10%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민들에게는 의료보험제도라는 개념 자체도 낯선 듯 했다. 그들에 표현에 따르면 ‘아주 가난한 사람들’에 한해 캄보디아 당국에서 발급하는 의료비 지원 대상 확인증만 있을 뿐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제도가 있다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의 이곳 주민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아프지만 치료비가 없는데 치료를 어떻게 받냐. 그냥 지금까지 참고 살았지.” 전날 ‘세상을 이어가는 끈(이하 세끈)’의 의료봉사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이 했던 말이 다시금 와 닿았다.

-세계 각국 보건 기관 연합

지난달 28일 티스 소카 캄보디아 깹 시티 시장의 제안으로 깹 시티에 단 1곳 뿐 이라는 공공병원을 찾았다.

중심부에서 차로 10여분 달리니 ‘Kep Provincial Hospital’, 깹 병원 간판이 보인다. ‘열악하다’던 티스 소카 시장의 설명과는 달리 외부에서 바라본 병원시설은 정갈했다.

넓은 마당 양쪽으로는 단층 건물이, 안쪽에는 입원병실을 갖춘 별도의 2층 건물이 들어서있다. 흰색 가운을 갖춰 입은 의료진들하며 간간히 병실을 채우고 있는 환자들, 2대의 구급차까지 보유한 꽤나 괜찮아 보였다. 병원 입구 벽에 걸린 안내문이 특이하다. 크메르어 옆에 숫자가 쓰여 있는 것이 꼭 식당에서나 볼 법한 가격표다. 예상이 맞았다. 초진, 에어즈 등 혈액검사, 진통제 등 질병 종류마다 책정된 의료비를 기재해 두었다.

그 옆으로는 좀 더 특별한 안내판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반가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해 호주 외교통상부(Australia government Foreigner of foreigner affairy and trade), 유엔인구기금(UNFPA), 유니세프(unicef), 세계은행그룹(THE WORLD BANK GROUP) 등의 이름이 함께 적혀있다.

캄보디아 보건부장관이 인증한 두 번째 보건 부문 지원 프로그램으로 건강증진기금과 캄보디아 왕국, 개발 파트너가 자금을 지원해 건설한 공공병원이라는 내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의료시설이 전무했던 깹에 사정을 접한 한국국제협력단과 세계 각국의 관련 기관들이 캄보디아 정부와 함께 세운 시설임을 알 수 있었다.

-고장 난 산소통 뿐인 구급차

초진실 문을 열었다. 안에 갇혀 있던 뜨거운 열기가 ‘훅’하고 뿜어져 나온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바깥이 더 시원할 지경이다. 발로 ‘툭’하고 차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얇은 철제 다리로 된 침대 1개와 책상 2개가 전부다. 손 세정제로 추정되는 약통과 소독거즈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약제 보관용으로 추정되는 철제 캐비닛 안에는 서류더미 몇 뭉치뿐이다. 시설을 둘러보던 김성철 ‘세끈’ 이사장은 “구색은 갖춰놨는데….” 말끝을 흐린다.

약제실로 들어서니 더 심각하다. 입구가 열어져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약통들이며 약제 박스들까지 약을 보관하는 곳이라기 보단 창고 수준에 가까웠다.

‘세끈’ 단원이자 광주 아람약국 약국장인 고형석 약사는 “구비된 약을 보니 진통제, 소염제 등 아주 기본만 갖춰놓은 것 같다. 관리 상태는 사실 좋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응급실 개념의 병실에는 20여명의 환자들이 링거를 꼽고 치료중이다. 현지 통역사는 “치료중인 환자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중국의 한 기업이 기부했다는 구급차는 껍데기뿐이었다. 후송을 도울 의료진과 보호자가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환자 이송용 간이침대가 전부다. 산소통이 구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제때 가스를 채우지 않았는지 내부 압력을 나타내는 눈금이 바닥으로 축 처져있다.

입원병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부 욕실까지 완비한 입원실은 최근에 지은 듯 깔끔했다. 하지만 병실 20개 모두가 비어 있다. “비용 때문” 현지 의료진이 귀띔한다.

이곳 현지 노동자들의 일당은 6~7달러, 한화로 7~8천원 수준. 이곳 병원 입원실 하루 비용(5달러)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입원실을 이용하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상류층은 해외로… 남은 서민들은

캄보디아 내 의료서비스 환경은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구조다.

올 1월부터 적용된 캄보디아 최저 임금은 한 달 153달러. 2012년 61달러보다는 2.5배 가까이 급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임금수준이다. 이 때문에 서민들이 의료혜택을 누린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킬링필드 대학살 당시 전문 의료인력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던 탓에 후진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현재 캄보디아 내 의과대학은 단 2곳뿐이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진은 물론 교재, 실습자재 등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2012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캄보디아 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0.2명으로 매우 낮다. 한국 2명, OECD 평균 3.2명 수준이다.

캄보디아 내 공공병원도 전국에 80여개 뿐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선진 의료시스템 이용비용을 지불 할 수 있는 상위 5~7%로 추정되는 국민들은 해외 인근 국을 찾고 있다.

중산충은 베트남이나 태국을 상류층은 싱가포르나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결국 공급 부족, 해외 치료, 수요 확대 억제, 서비스 열악과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글·사진=주현정기자 doit85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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