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쉴러와 로시니의 ‘윌리엄 텔’, 억압에 대한 저항정신과 자유정신

입력 2017.11.15. 08:13 수정 2017.11.15. 13:53 댓글 0개
로시니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 텔'은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더불어 그의 2대 걸작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1829년, 그가 37세 때 쓴 오페라로 1207년 스위스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때,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윌리엄텔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루체른 주민들이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폭력적인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숭고한 자유를 쟁취했다는 이야기이다.

로시니는 76세까지 살았으나 이후 극장을 위한 작품을 쓰지않아 이 작품이 마지막 오페라가 되었고 또한 대본을 쓴 쉴러의 마지막 희곡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9번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쓴 쉴러는 허약한 몸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언제나 인간의 자유를 갈구하는 주제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이 연극에는 그 유명한 사과이야기가 등장한다.

총독에게 붙잡혀서 아들의 머리위에 놓인 사과를 쏘도록 강요받고 이를 명중시켰다는 스위스 전설적 영웅 윌리엄 텔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이야기는 만유인력을 발견했던 뉴턴의 사과,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사과를 더불어 3대 사과이야기로도 꼽힌다.

우리는 때때로 좋은 작품을 만날 때 '불멸'이라는 말을 종종 쓰곤 한다. 맞는 말이다. 작곡가의 영혼을 시간에 그대로 저장해 두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변하고 움직이는 삶 그리고 세계, 음악은 그 곳에 시간을 붙잡아 둔 유일한 예술이 아닌가 싶다. 인생은 고통스러우면서도 멋지다. 힘든 영혼을 지날 때 음악은 언제나 상처를 보듬어주며 영혼을 달래준다. 어쩌면 음악의 본질과 사명은 사람을 위로하는 데 있지 않을까.

윌리엄 텔은 4막5장의 구성으로 5시간에 육박하는 대작이다.

서곡 8분30초가 지날 무렵, 달리는 말발굽 소리와 요란한 폭풍우소리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부분은 스위스에 평화를 가져온 군대의 행진과 민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정경으로 묘사한 부분이다. 전곡 상연은 자주 볼 수 없고, 서곡을 비롯한 몇 개의 아리아만이 연주회를 통해 소개되는데, 스위스의 자연을 표현하는 유려한 선율이 돋보이며, 인물의 묘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극의 내용이 실감이 난다. 자주 연주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작품의 길이도 문제지만 살인적인 아리아를 불러야 하는 테너 아르놀트 역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테너에게 매우 부담을 주는 높은 음역으로 무려 54회의 하이B, 19회의 하이C, 그리고 2회의 하이C#음이 나오는데, 이 곡을 노래할 수 있는 테너는 세계에 몇 안되기 때문이다. 

 
로시니는 큰 체구를 지닌 게으른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이러닉하게도 작품을 쓰는 속도가 매우 빨랐고 곡마다 특유의 쾌활함이 있다. 호숫가에서 작곡을 하다가 완성된 악보 한 장이 바람에 날아갔는데, 일어나 줍지 않고 다시 악보를 적어 나갔다는 일화는 로시니의 게으른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이다.

'한국'하면 불과 몇 십년만에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나라. 그러나 매일 아픔이 느껴지는 나라. 그 중 저기 남쪽, 역사가 천년이 되었다는 전라도. 저항정신이 아직도 꿈틀대는 곳. 서유럽에 살았던 쉴러와 로시니가 만든 '윌리엄 텔'에서 비슷한 역사성을 느끼는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과거는 비단 지나간 것이라고만 할 수 없다. 현재가 모여 과거가 되는 것이다. 일상이 모여 삶이 되는 것처럼.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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