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김광석사건으로 본 ‘배우자상속’의 공정성

입력 2017.11.14. 10:29 수정 2017.11.14. 18:56 댓글 0개
김종귀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송훈)

운전중일 때 시대의 가객 김광석 노래를 자주 듣는다. 떠 올리기만 해도 가슴에 무언가 반응이 일어나는 아름다운 노랫말들이다. 김광석은 주옥같은 노래를 남기고 서른 두 살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다.

최근 김광석 죽음을 두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한 영화가 지핀 타살의혹은 배우자와 형제간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타살주장의 주요 배경에는 ‘배우자상속’ 문제가 끼어 들어 있다. 영화에서 보면 서해순이라는 배우자는 욕먹기 딱 좋게 그려졌다. 그러다보니 일반인 정서상 그녀에게 김광석 유산이 돌아가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 덩달아 배우자상속까지 괜히 욕을 먹고 있다. 도대체 배우자 상속이 어떻길래 이럴까.

우리 상속법상 자녀와 배우자 있는 사람이 사망하면 망인의 형제자매는 물론이고 부모조차도 유산을 한 푼도 상속받지 못한다. 김광석사건만을 두고 보면 상속법이 참 야속하다. 김광석의 부모, 형제는 김광석이 남긴 음반판매권 등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그래서 TV에 잠깐 비친 김광석 형의 모습은 우리 상속법상 어쩔수 없는 애처러운 모습이다.

유산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분배할 것인지는 망인과 유족과의 유대관계 및 그 정도를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상속법의 원칙이다. 우리 상속법은 자녀와 배우자가 생존하고 있다면 망인의 부모나 형제자매보다 배우자와의 유대관계를 더 중시하고 있는 셈이다. 김광석의 죽음앞에서 우리 법의 태도가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미 기억이 희미해진 사건이지만 괌에서 비행기추락으로 다수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중 수천억 자산가가 있었고 망인의 사위와 망인의 형제중 누구에게 자산이 돌아가야 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법원은 배우자를 매개로 한 사위의 손을 들어 주었고(대습상속이라 한다) 망인의 형제는 분루를 삼켜야 했다. 30세 전후로 초혼을 한다고 할 때 30년 동안 부모 형제는 망인과 가장 긴밀한 유대관계를 지속해 온 사람들이다. 이 들을 제치고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망인의 배우자가 자신들보다 더 탄탄한 유대관계임을 용인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뒷맛이 남는 판결이었다.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으면 당사자의 마음을 쉽게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상속법을 비롯한 모든 법은 사건해결에 공정한 기준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당사자가 수긍할만한 기준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상속법은 김광석사건이나 괌비행기사건에서 유족의 부모나 형제자매를 설득하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법은 ‘당해 사건’ 해결에 공정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 모든 사건’에 일률적인 해결기준이기도 하다. 즉 안정적인 해결기준, 법적 안정성도 도모해야 한다. 김광석 형은 동생 김광석에 자신의 제수씨인 김광석부인보다 자신이 훨씬 가깝다고 믿고 있다. 괌에서 비행기사고를 당한 수천억대 자산가의 형제도 망인의 사위보다 자신이 더 망인과 가까운 관계라고 항변한다. 그렇지만 상속법은 김광석사건이나 괌사건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5천만 전 국민의 사안에 동일하게 적용하여 문제를 풀어 내야 한다. 형제보다 배우자에 애착을 가지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자녀 양육도 빼놓을 수 없는 고려사항이다.

요즘 젊은층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쯤으로 본다. 특히 고학력 고소득 여성에서 두드러진다. 결혼으로 인한 구속에 심적 부담을 겪는다. 자신이 사망했을 때 자신이 평생 일구어 온 재산을 자신의 부모형제에 앞서서 배우자가 차지한다는 심적 부담도 결혼을 꺼려 하는 원인의 하나라고 본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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