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침향(沈香)

입력 2017.11.12. 13:17 수정 2017.11.13. 08:36 댓글 0개
이종주의 약수터 무등일보 논설실장

침향(沈香)은 약재다. 인도나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남부 등지가 주산지다. 나무 속에 수지가 많이 들어있다. 재질이 무거워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다. 그래서 沈이라 했다. 향기가 높고 그윽하다. 모든 기(氣)를 모아 위로는 하늘에 이르게 하고 아래로는 땅에 다다르게 한다고 해서 香 중의 으뜸으로 친다. 동의보감에도 침향에 관한 기록이 있다.

한방(韓方)에서는 기를 소통시켜 통증을 멎게 하고 중초(中焦)를 따뜻하게 할 뿐 아니라 구토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한다. 소화불량이나 식욕부진, 수족 냉증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동의보감에는 침향의 성질이 열(熱)하고, 매우며 독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 나쁜 기운을 없애고 명치 끝이 아픈 것을 멎게 하며 성기능을 높인다고 한다.

침향은 비단 약재로 쓰일 뿐 아니라 부처님과 하나님께 바치는 최고의 향으로 꼽힌다. 왕족이나 최고의 귀족들 만이 사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학자는 삼계(三界)의 영기(靈氣)를 모두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베트남산을 최고로 친다.

열대나무 아퀼라리아에서 나오는 나무 기름 덩어리인 침향은 얼핏 보면 그냥 나무 조각 같다. 그러나 이 나무 기름은 수년에서 수백년에 걸쳐 응결된 귀한 덩어리라 한다. 나무 속에 이처럼 수지가 점착되는 것은 나무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다. 침향나무가 자라면서 필연적으로 마딱뜨리게 될 외부의 충격, 병균이나 벌레들의 침입으로 상처가 생기면 아픈 곳을 치유하고 확산을 막는다. 침향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적 조치의 산물인 셈이다.

그래도 침향의 참 가치는 그 향기에 있다. 갈색 나무토막, 그것도, 말하자면 죽은 나무토막에 불과한 침향이 정신을 해맑게 할 정도의 깊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다는 사실이다. 동물들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악취를 풍기는데 한낱 나무토막이 이토록 놀라운 냄새로 우리의 정신을 정화시킨다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고보면, 악취를 가장 많이 풍기는 동물은 단연 인간일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악취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악취까지 시도 때도 없이 뿜어댈 때가 많다. 현기증이 날 정도다. 정신이 썩고, 영혼이 썩고, 양심이 썩어 풍기는 이런 악취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견디기 쉽지않다. 더욱이 이들이 싸구려 향수 따위로 위장을 하고 세상을 주도하기도 하니, 분통터질 일이다. 양심이, 정신이, 영혼이 중요한 이유고, 침향이 새삼 그리운 까닭이다.

선거 때마다 전국의 군웅들이 다투어 제 자랑을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침향 같은 사람 보기가 더 귀해진다. 슬픈 일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우아하고 정숙한 침향의 정갈함을 만나진 못할지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악취를 요사한 향수로 위장한 사람만이라도 가려내야 겠다. 이종주 논설실장 mdl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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