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지방재정분권, 절호의 기회다

입력 2017.11.08. 18:49 수정 2017.11.09. 09:04 댓글 0개
류성훈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장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된 지도 어느덧 22년이 됐다. 1970~1980년대 민주화 항쟁의 결과물로 지방자치법이 부활해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졌다. 그래서 1995년부터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 이상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중앙정부의 힘은 막강하기만 하다. 말로만 지방자치이지, 어떤 사업이든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기획조차 하지 못할 정도다. 지방자치를 꾸려가는데 가장 중요한 재정을 중앙정부에서 꽉 붙들어 매고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 시대에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는 동안 광주시나 전남도 등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열악해졌고 의존재원은 늘어갔다.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재정분권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재정분권은 자주재원(지자체가 직접 거둬들이는 세원)주의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말은, 22년동안 그저 이론에 불과했다. 지방자치 이름에 걸맞는 자주재원은 지금까지도 형편없이 빈약하다. 주민 행정서비스 사무에 걸맞는 자주재원을 제대로 주지 않으니 '반쪽짜리' 지방자치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광주시나 전남도는 무슨 사업을 하더라도 '위쪽'만 쳐다봐야 하는 형편이다.

지방재정분권이 먼 나라 얘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지방자치의 취지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재정 배분방식으로 인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영향력이 지방정부의 중앙예속화를 고착시키는 현상을 지속하고 있다는 데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복지제도가 늘어나면서 재정사용액에서 지방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중앙정부를 넘어섰지만,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계속 8대 2로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의 재정 지원 없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사무는 해마다 증가되고 있다. 2000년부터 12년동안 지방 이양 사무로 2조4천550억원(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사 결과)의 비용이 소요됐으나, 이에 대한 재원은 이양되지 않았다. 고스란히 각 자치단체가 떠안은 것이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사회복지 서비스 비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국가와 지방이 4대 6의 비율로 분담, 지방재정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자체 주요 현안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지역발전을 위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채 인구는 감소하고 재원은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광주시는 전체 예산 가운데 복지예산(1조5천억원) 부담비율이 36.9%로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많고, 전남도 역시 부담비율이 26.5%(1조3천828억원)로 타 지차체보다 월등히 높다.

그런데 올해 광주시(49.23%)와 전남도(20%)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난한' 광주시와 전남도가 막대한 복지예산 부담 때문에 재정이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이유로, 재정분권 차원에서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11%인 지방소비세율을 21%로 10% 증대하고 지방소득세 과표 구간 2배 인상 및 부동산 양도소득세 지방세 편입 등을 통해 지자체의 실질적 재원을 확충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소비세율 및 지방소득세율을 인상할 경우 광주시는 5천8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이는 광주시의 연간 예산 4조원의 14.5%에 달하는 수치다.

지방교부세 법정률도 현재 내국세의 19.24%에서 22%로 인상해 재정부족이 만연한 지자체의 갈증을 풀어줘야 한다. 4대 기초복지사업은 100% 국비로 지원하고 지방이 요구하는 보조사업은 이관해 지방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지방사무 기준을 명확히 해 사무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되도록 국세와 지방세를 배분해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 간의 8대 2 비율을 6대 4로 개편하겠다는 목표치 숫자에 연연해 하지 말고 제도개선을 통해 지자체의 실질적 재원 확충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정분권이 지자체의 오랜 숙원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4일 시도지사와 간담회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대선공약 확인을 한데 이어 10월 26일 여수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도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등을 강조하며 지방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재정분권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 추진 의지를 환영하면서 1년도 채 남지 않은 민선 7기 지방선거가,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를 잘 살려 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는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주재원 확충과 재정 불균형 해소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자주재원으로 시·도민의 복리 증진은 물론 도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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