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진정성이 결여된 말은 소음에 불과하다

입력 2022.01.24. 11:08 수정 2022.01.24. 19:31 댓글 0개
이진국 경제인의창 ㈜에덴뷰 대표·경영학박사

지난 2021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한국 사회에서 일반 대중들이 평가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조사한 결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었으며 반면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는 '말과 행동이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즉 언행이 일치한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는 조사였다.

대중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유창한 스피치가 필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영국에서는 왕위에 오른 조지 6세가 있었다. 그는 말을 더듬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었다. 국민은 그의 답답한 연설능력에 실망하였다. 그러한 그는 말더듬증을 고치기 위해 수소문 끝에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찾아 차차 극복해 나간다. 마침내 독일과의 전쟁이 시작되자 국민을 안심시키고 참전 연설을 통해 국민을 하나로 묶을 군주의 스피치가 필요했다. 그는 국민 앞에 첫 라디오 연설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더듬고 어눌하였지만, 완벽한 연설로 영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연설을 마친 조지 6세에게 라이오넬 로그는 아직도 연습해야 한다고 하자 조지 6세는 "좀 더듬어야 나인 줄 알죠"라고 했다. 더듬는 말일지라도 진정성 있는 말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강력한 소구인 것이다. 위 실제 이야기는 '킹스 스피치'라는 영화로 2011년에 제작되기도 하였다.

GE의 잭 월치 전 회장 역시 어렸을 적에 심한 말더듬증이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는 습관이 오히려 상대방을 설득하는 장점이 됐다고 한다. 세일즈에 성공한 사람 중 대다수가 말을 잘한다. 그러나 발음이 명확하지 않고 불분명한 사람이 많다. 그들은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 하기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이 담겨 있는 말을 한다. 그러므로 말솜씨가 화려하거나 허세가 전혀 없다.

장자는 서무귀 편에서 '개가 잘 짖는다고 우수한 개라고 평가할 수 없고 사람 또한 말을 잘한다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장자 역시 말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얼마 전 회사 차원에서 제품을 비교하여 설명을 듣고 구매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청산유수와 같이 화려하게 제품을 설명한 업체가 있었고 반면 다른 업체는 전문용어보다는 서툴고 어눌한 말투 일색이었다. 구매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자 나는 어눌하게 설명한 업체의 제품을 선택하였다. 서툰 설명은 친근한 단어를 사용하여 나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으로 해석하였다. 그것이 영업적인 전략일지라도 유창한 말보다는 설득력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당나라 시절 인재평가의 기준이었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시대가 변한 요즘도 상대방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 중 말을 잘하는 기준은 문법적으로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알고 유창하게 말을 잘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말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말의 진정성은 내면의 목소리이며 자신의 단점을 감추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또한, 거짓 없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대하는 태도이다. 그 중심은 진솔함이다. 따라서 진정성이 결여된 화려한 말은 공기 중 진동일뿐 소음에 불과하다. 이진국 ㈜에덴뷰 대표 / 경영학 박사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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