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자연의 선 품은 그곳서 예술의 영감 배우다

입력 2021.11.18. 18:03 수정 2021.11.18. 18:28 댓글 0개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39> 양림동
호랑가시나무가 많이 자라는 길목이라 '호랑가시나무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도심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호젓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다.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39> 양림동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는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공간을 담는 표현으로 직선과 곡선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떻게 묘사한다 하더라도 감히 자연의 선과 그 형태를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 속에 건축을 얹으며 그 안에 어우러지도록 노력하고, 예술 작품을 자주 접하다 보면 생기는 '감(感)'처럼 자연을 많이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

예술의 습득을 위한 좋은 선로가 되는 곳이 필자에겐 양림동이다.

양림동 우일선선교사 사택은 네덜란드식으로 회색 벽돌을 쌓아 만든 건물로 광주에 현존하는 서양식 주택으로는 가장 오래됐다. 이국적인 주택과 주변 자연이 마치 외국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양림동이란 이름은 '버드나무숲이 우거진 마을'이라는 뜻에서 양촌(楊村)과 유림(柳林)을 합하여 지었다. 버드나무숲이라니. 숲이 우거지는 모양을 그리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아름드리 한 나무의 대명사인 버드나무의 숲이라는 글귀가 마음에 가득찬 울림을 준다.

우선 필자가 양림동에서의 첫 걸음을 내딛는 호랑가시나무길을 소개하자면, 양림산의 남쪽 기슭 기독교장로교 선교부의 정원 옆에 있다.

호랑가시나무라는 수종이 대표적인 길이라 호랑가시나무길이라 일컫는데, 호랑가시나무의 옆에 어린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그 짧은 산책로를 몇 번이나 되걷는다. 그 길을 거닐다보면 숨가쁘게 지나치는 일상을 잠시 잊고 호젓하게 아름다운 자연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가 있다.

양림동은 근대 문물과 함께 곳곳에 예술이 숨 쉬고 있어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곳으로 전통과 맛과 멋이 담겨있는 매력적 공간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잘 보전되어있는 건축물에서 보존의 가치를 새삼 중요케 여기게 되고, 다시 한번 자연속에 어우러진 건축물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호랑가시나무 길을 내려오다 보면 우일선선교사 사택을 바로 살펴볼 수 있다. 광주 양림동은 선교사들이 처음 정착한 곳으로 이곳 우일선선교사 사택은 광주에 현존하는 서양식 주택 건물로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벽의 두께는 55㎝로 회색 벽돌을 네덜란드식으로 쌓았으며 1층과 2층을 구별하기 위해 벽돌로 돌림띠를 두어 외벽에 변화를 준 것이 특징이다.

현재 내부는 들어갈 수는 없지만 해외여행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이국적인 주택 주변으로 수많은 수종의 낙엽이 켜켜이 쌓여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이 된다.

이밖에도 양림동을 산책하다 보면, 곳곳의 유서 깊은 기관과 시설도 접하게 된다.

기독간호대학·수피아여자중학교·광주기독병원·사직도서관 등이 있고, 문화재로는 최승효가옥(광주민속자료 2)과 이장우가옥(광주민속자료 1) 등이 있다.

양림동에는 이렇게 유서 깊은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젊은세대가 찾고, 그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새기는 이유는 근대 문물이 안겨주는 뿌리 깊은 전율과 더불어 그들이 지금 바로 체험할 수 있는 문화와 멋, 예술의 탐방도 공존하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열리는 예술인들의 전시회, 음악회, 그리고 맛있는 식당과 예쁜 카페까지. 이곳은 말 그대로 멋과 맛, 그 스토리와 감성까지 예쁘게 담겨있는 것이다.

혼자 걷기에 무리 없이 좋고, 아끼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더없이 훌륭하며, 예술의 정취와 문화유산의 울림까지 고스란히 담아올 수 있는 이곳을 필자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 꼭 건축적인 해석이 아니더라도 그 장소와 공간이 주는 평온함에 각자의 해석대로 얻는 깨달음이 있길 바라본다. 정영진 휘 건축사사무소 대표

정영진 건축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건축을 꿈꾼다. 현재 휘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전라남도교육청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전기획자 공간촉진자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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