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위드코로나, 어떤 것부터 즐길지 고민이라면

입력 2021.11.11. 18:05 수정 2021.11.11. 19:35 댓글 0개
김혜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2050년, 생각해 봤어?" 광주의 젊은 작가 김은경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품 중 한 장면이다. 클레이로 만든 돌들의 대화다. 2050년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지구 주요 도시 중 일부가 잠길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질문을 받은 돌멩이는 뭐라 대답했을까. 답은 "아니."다. 20대인 작가는 대화를 통해 우리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 환경이 얼마나 파괴되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저 환경 문제에 직면한 우리의 태도를 보여준다. 다양한 매체가 지구 온난화로 당장 30년 후면 지구 몇몇 도시가 잠긴다고 해도 우리에겐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한 일상 속 작은 실천을 고민해야 할 때지만 많은 이들의 머릿속 '나의 2050년'은 사적 미래로 그려질 뿐이다. 내 일상이 파괴될 수도 있는 문제 앞에서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는 관객 마음속 작은 종을 울린다.

작가의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생태환경 전시인 '나와 고래의 지구'.

이 전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전시로 환경, 생태 문제에 대해 어둡고 딱딱하게 다가가지 않는다. 다양한 관점, 그에 따른 다양한 해석을 밝고 위트 있게, 때론 진지하게 전달한다.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자리다.

일상에서 세계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이끌고 있는 의미 있는 브랜드도 참여했다. 디자인 브랜드 성실화랑이 세계멸종위기종들을 알록달록 귀여운 동물 캐릭터로 디자인한 작품으로 참여한 것. 이미 이 작품은 여러 디자인 상품으로 출시돼 큰 인기를 누리며 많은 이들에게 세계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평소 잡초의 생명력을 주제로 작업해오고 있는 김원정 작가는 '라이프 오브 마스'라는 귀여운 작품을 내놨다. 오염된 지구를 떠나 화성에 또다른 지구를 만들 때, 생명력이 끈질기고 적응력이 좋은 잡초로 화성을 일군다는 '잡초맨'이다.

방류된지 11일만에 해양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고 먹어 사체로 돌아온 3살 바다거북 부검 연구를 기록한 국립생태원의 영상물, 전국의 바닷가에서 주어온 쓰레기로 아름다운 섬을 만든 정재철의 '블루오션 프로젝트-크라켄 부분', 기름으로 인한 해양오염 문제를 다룬 엄기준의 평면 작품, 자연의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들꽃으로 전하는 박신영의 식물세밀화, 전세계 자연재해 모습과 지구의 온도가 조금씩 상승했을 때의 우리 일상을 영상으로 다룬 지역 청년 작가인 문창환의 작품 등도 관객들을 만난다.

환경과 생태를 바라보는 다양하고 참신한 관점의 작품들이 많다.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많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환경생태작품을 선별하기 위해 많은 공력이 들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좋은 전시다. '위드코로나'로 전환된 이때, 좋은 메시지의 전시 한편 관람해보면 어떨까.

김혜진 취재4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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