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맹신과 불신

입력 2021.11.03. 09:31 수정 2021.11.03. 19:32 댓글 0개
박석호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장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덮어놓고 믿거나, 무조건 믿지 않는 현상이다. 부동산시장과 정부 정책에 대한 지역민들의 시각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시장 원리가 아니라 맹신과 불신에 사로잡혀 비이성적으로 주택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투기적 수요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런 현상까지 확산되면서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대책과 금융 규제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신축급 아파트값은 연일 치솟고 최근에는 구축까지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30평대 아파트 '10억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첫째는 맹신

"신축 아파트는 무조건 오른다. 1군 브랜드는 더 많이 상승한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사둬야 한다."

아파트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광주지역 주택 구매심리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9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 주택 매매시장 소비자심리지수는 144.4로 전달(140.9)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올 들어 지난 7월(145.5)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지수로, 인천(146.4)을 제외하고 특·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 응답이 많음을 의미한다.

급등세인 아파트값 보다 더 무서운 것이 구매심리다.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며 주택은 계속 상승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맹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은 과도한 대출로 이어지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 '영끌'과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대표적이다.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라는 말이 있다. 남의 돈(은행 대출)을 이용해 부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넘는 과도한 대출은 독약이 된다.

#둘째는 불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친구는 물론이고 부모님 말도. 최근에는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신뢰성이 바닥까지 추락하면서 국민들은 정부 말도 믿지 않는다. '집값 급등을 막아 서민 주거 안정을 높이겠다'는 정부 부동산 대책은 대부분 역효과를 내고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널뛰는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궁여지책이겠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 끝에 남은 것은 국민의 불신뿐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형국이 됐다.

이솝우화 속 양치기 소년이 떠오른다. 정부 정책이 집을 사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시그널로 인식되는 지경이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17년 말 3억3천441만원이었던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올해 10월 5억4천132만원까지 급등했다. 광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아파트를 장만하는 시대는 끝났다.

#셋째는 버블붕괴?

광주는 주택 가격 버블 붕괴라는 쓰라린 아픔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광산구 수완지구 개발 초기 몇천만원 하락한 경험만 있을 뿐이다. 맹신과 불신은 활활 타오르는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붓는다. 반면 시장이 큰 충격에 빠지면 폭락의 원인이 된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격언이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향후 광주 주택시장에는 불안요소가 넘친다.

정부 규제 강화와 추가 금리 인상. 여기에 10만 세대를 훨씬 넘는 공급 폭탄까지.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의 예상조차 빗나가기 일쑤다. 이런 때일수록 미래의 불확실성에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광주 주택시장에는 맹신과 불신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하나씩 깨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버블은 붕괴된다. '굳건히 버틸 것'이라는 대중의 잘못된 맹신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무너진다. 요즘 집값 상승세를 보면 무섭다. 우리는 맹신이 아닌 의심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주택시장을 바라봐야 할 때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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