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혈액 현황판은 빨간등 "이대로면 심장 멎는다"

입력 2021.10.28. 14:44 수정 2021.10.28. 16:14 댓글 0개
지역 혈액 보유량 '1.9일분'…전국 평균 못 미쳐
비대면 수업·재택근무 등 단체 헌혈 급감 영향
혈액 수급 비상…혈액 찾아 나서는 '지정헌혈'↑
28일 오후 2시께 동구 헌혈의 집 충장로센터 외부 유리창에 헌혈을 독려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혈액 보유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병원에서 이틀 동안 피를 사용하고 나면 수혈할 피가 없을 정도입니다."

28일 오후 2시께 광주 동구 헌혈의 집 충장로센터.

외부 유리창에 기념품 증정 등 프로모션 안내문과 함께 '당신의 헌혈이 누군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센터 입구 곳곳에는 'A형·O형 급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8일 오후 동구 헌혈의 집 충장로센터 내부에 부착된 대기 인원 모니터의 모습.

하지만 센터 내부는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대기 인원을 알려주는 모니터엔 30여분이 지나도록 '0명'이라는 안내만 떠 있을 뿐이었다. 채혈실에 마련된 15대의 헌혈 침대는 5대를 제외하곤 모두 비어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센터를 방문한 시민들은 총 26명으로 이들 중 20명만이 헌혈에 참여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약 90여명의 사람들이 찾아온 것에 비하면 상당 수 감소한 것이다.

안내데스크 위에 부착된 '오늘의 혈액 보유 현황(적혈구 기준)' 상황판엔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적정 혈액 보유량은 5일분인 가운데 O형 혈액 보유량은 하루분이 채 못 되는 '심각' 단계였고 A, B, AB형은 2~3일 분으로 '경계·주의' 단계로 표시 돼 있었다.

28일 오후 동구 헌혈의 집 충장로센터에서 시민들이 헌혈을 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의 여파로 헌혈자가 급감하면서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고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가 늘면서 학교와 기업체 등의 단체 헌혈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올해 광주·전남 지역 총 헌혈자 수는 15만1천764명으로,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동기간 16만9천843명과 비교해 1만8천79명(10.64%p) 감소했다. 개인 헌혈자 수가 6천887명(5.8%p) 줄어든 것에 반해 단체 헌혈자 수가 1만1천192명(21.89%p) 가량 큰 폭 감소하면서 혈액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광주·전남 혈액 보유량은 평균 1.9일분으로 적정 보유량인 5일분의 38% 수준에 그쳤다. 전국 평균(3.0일분)에 한참 못 미치는 정도다.

특히 O형의 경우 0.9일분으로 '심각' 단계에 속해 위험한 상황이다. 혈액 재고량이 1일분 미만임을 가리키는 '심각' 단계는, 병원에서 하루 동안 피를 사용하고 나면 수혈할 피가 없음을 의미한다. 즉, 응급수혈 외에는 쓸 수 있는 혈액이 없는 상황이다.

AB형 역시 1.4일분으로 '경계' 단계(2일분 미만)에 속해 있으며, A형과 B형 또한 각 2.2일분, 2.5일분으로 '주의' 단계(3일분 미만)에 속해 있는 등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의 경우 응급환자 위주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어 암환자나 만성적인 지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혈액이 확보될 때까지 수술이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원활한 혈액 공급이 어려워지자 '지정헌혈'을 통해 직접 혈액을 찾아 나서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지정헌혈은 환자나 보호자가 주변 지인이나 SNS를 통해 헌혈자를 모집해 혈액을 직접적으로 수급 받는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 올해 1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지정헌혈 채혈 건수는 2천965건으로, 2019년 동기(683건)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김군남 센터장은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장기간 보존이 불가능해 정기적인 헌혈이 필요하다"며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민분들의 헌혈이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는 만큼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일에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역의 헌혈의 집은 충장로·전대용봉·터미널·광주송정역·조선대·빛고을센터 등 6곳, 전남에는 목포·순천·여수센터 등 3곳이 운영 중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며,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조선대센터의 경우 금·토·일만 운영하고, 빛고을센터의 경우 평일만 운영한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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