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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국제 유가에···스태그플레이션 오나
입력 2021.10.17. 16:00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국제유가 상승에따른 공급병목에 세계 경제둔화 우려
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 우려 목소리 높아
"기저효과로 성장률 높아…내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한은 "스태그플레이션 단계는 아냐"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제유가가 7년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고, 원자재 가격도 치솟고 있는 등 전세계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제 둔화 우려, 중국 부동산 업체인 헝다(恒大)그룹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인한 신흥국 투자심리 악화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침체와 물가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에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된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회복 모멘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일각에서 우리나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7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87달러(1.08%) 오른 배럴당 81.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증산 계획을 일축하며 상승 압력이 가해졌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기관들은 국제유가가 계절적 수요 등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가 외에도 다른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천연가스(네덜란드 TTF 거래소 기준)와 석탄(호주 뉴캐슬 거래소 기준) 가격은 전월대비 각각 38.8%, 24.3% 상승했다. S&P 곡물지수도 미국 농림부(USDA)의 소맥 생산 전망치 하향 조정 등으로 전월대비 1.1%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 신흥시장 불안 등으로 원·달러환율도 장중 1200원까지 치솟으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 경제에 경고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 이후 장 중 한때 1200.4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기준으로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28일(1201.0원)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환율,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등이 오르면서 수입물가 지수도 크게 올랐다. 한은의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24.58로 전월보다 2.4% 상승했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째 상승한 것으로 2014년 2월(124.60)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국제기구도 공급명목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5.6%에서 5.2%로 낮췄는데 공급망 차질, 코로나19 확산 등을 둔화 요인으로 지목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및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고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 부실 우려에 다른 신흥국 투자 심리 악화 현상도 고조되고 있다.
헝다그룹은 9월 지급 예정이었던 달러채 이자 1조3100만 달러와 위안화채 이자 2억3200만 위안을 미지급한 데 이어, 10월 중에도 달러채 이자(1억4813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4일 홍콩증시에서 주식 거래가 정지 된 상태다.
미국도 경제 재개에 따른 수요측 물가압력 증대, 공급병목 현상 등의 영향이 가세하면서 소비자물가가 5%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도 경제가 회복 경로를 이탈하는 '퍼펙트 스톰'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경제 회복세를 막아 스태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세계경제는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반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스태그플래이션을 경험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은 내려가는 등 경기가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최근 소비자물가가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의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소비는 코로나19 재확산 및 거리두기 강화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상존하는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하고 있고, 외환·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과 가상자산 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호연계성과 상승작용으로 인해 파급력이 증폭하는 '퍼펙트 스톰'이 생길 수 있어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면서비스업 부진으로 회복세가 둔화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경제가 '스태크플레이션' 상태는 아니지만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효과와 지난해 낮았던 성장률 등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내년 4월부터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였다.
김상봉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로 전망되고 있는데, 재정효과 등 정부 기여도가 높은데 따른 것으로 이를 제외한 실제 성장률은 1% 초중반 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은 맞지만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태크플레이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기저효과와 재정효과 등이 사라지는 내년 4월부터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스태크플레이션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성장도 사실상 부진에 가까워 우리 경제가 이미 '스태크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본다"며 "2%대의 물가 상승이 지속하고 있고 성장률도 숫자는 나쁘지 않지만 이는 지난해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임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부진에 가까울 가능성이 꽤 높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일반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를 넘는데 이것보다 더 떨어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와 실제 성장률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의 공급병목 등 현상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태크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같이 나타나는 것인데,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4% 정도, 내년 에는 3% 정도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고 잠재성장률이 2%라고 하면 경기 침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공급측 애로로 인한 병목 현상 때문에 생기는 요인이 있는데, 공급측 애로가 있는 경우 물가가 오르면서 성장이 지연돼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망치를 보면 스태크플레이션으로 가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경기 회복 과정에서 공급측 애로 요인이 작용해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는 모습으로 보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공급병목 현상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애로로 인한 병목현상에 성장이 발목잡히면 물가가 오르면서 성장이 지연돼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한 국면이 나타날 순 있지만, 큰 회복의 흐름이 꺾인 건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본격적으로 부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상승 요인과 향후 경기 흐름을 볼 때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오름세 확대가 농축산물가격 상승과 같은 공급측 요인 뿐 아니라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측 요인도 있는 점이 일반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스테그플레이션 이라고 하면 보통 1970년대 연상을 많이 한다. 당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기 때문에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현재 그런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는 비단 저만의 의견이 아니고 다른 나라의 여러 전문가들도 지금은 상황은 1970년대와 다르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 곡물 가격 등 공급측 요인의 물가 상승 압력이 쎈 것은 맞지만 수요가 살아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많다"며 "공급병목도 일부 경기회복세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고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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