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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도가 보인다"···檢 기소권 남용, 대법서 첫 제동
입력 2021.10.14. 15:06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유우성, '대북송금 혐의' 공소기각 확정
2010년 이미 기소유예…4년 뒤 재수사
'간첩 증거조작'으로 검사징계 받은 때
법원 "사정변경 없어…어떤 의도 보여"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사건에서 검찰이 부당하게 피고인을 재판에 넘겼다면 기소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 판단이 나왔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는 등의 사정이 있지도 않는데 이미 기소유예 결정한 사건을 다시 재판에 넘긴 것은 검찰의 권한 남용이란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씨의 상고심에서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는 지난 2013년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재판 과정에서 유씨를 조사했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유씨 여동생 가려씨에게 가혹행위를 자행해 자백을 받아낸 사실이 드러나 1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을 통해 판결을 뒤집으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의 북한 출입기록을 임의로 만들어 공판 검사들에게 증거로 제출하게 한 것이다. 유씨는 곧바로 국정원 직원들을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을 지난 2014년 3월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증거조작 논란이 불거졌을 무렵, 유씨는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다시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유씨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외당숙과 함께 북한으로 송금을 원하는 이들의 부탁을 받고 약 13억원을 보낸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이 혐의는 이미 검찰이 3년 전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사안이었다. 서울동부지검은 2010년 3월 유씨가 초범에 대학생인 점,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예금계좌를 빌려줘 가담 정도가 경미한 점 등을 이유로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 뒤 간첩사건 증거조작 논란이 한창이던 때, 같은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되자 서울중앙지검은 동부지검에 있던 옛 사건을 가져와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불법 대북송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증거조작에 연루된 검사들이 감봉과 정직의 징계를 받은지 8일 뒤였다.
1심은 유씨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2심은 검찰의 기소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검찰이 과거 판단을 뒤집을 만큼의 사정 변경이 없었다고 했다. 거래 수단이 추가되고 공범과의 관계에 관한 서술이 일부 바뀌었을 뿐이며, 오히려 거래액수는 감소됐다는 점이 언급됐다.
즉, 유씨의 가담 행위가 경미해 기소유예 처분한 4년 전 검찰의 판단이 바뀌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고발장이 다시 접수돼 수사에 나섰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은 이미 불기소처분이 있는 같은 사건은 각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고발인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는 점을 설명하면 각하 처분하지 않을 수 있으나, 당시 고발장에 첨부된 자료들은 유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추측성 보도에 불과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만약 검찰이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를 문제 삼으려 했다면, 간첩 사건 당시에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었다는 점도 거론됐다.
결국 2심은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소추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어떠한 의도가 보인다"며 사실상 '보복기소'에 해당한다고 암시하고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6년 사건을 접수해 전원합의체 등 심리를 거쳐 이날 공소기각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인정돼 공소기각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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