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이 악물기(Clenching Habit)

입력 2021.10.12. 17:27 수정 2021.10.14. 19:13 댓글 0개
손미경 건강칼럼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고통을 참고 견딜 때 또는 어떤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할 때 '이를 악물고 버틴다'라는 표현을 쓴다. 올림픽과 같이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가 예상되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결국 승리를 얻어오는 순간의 선수들 모습을 자세히 보면 실제로 이를 악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도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는데 대부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치아를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마찰을 일으키는 것을 이갈이(bruxiam)라고 하고, 이는 야간 수면 중에 일어나는 야간 이갈이와 주간 이갈이 증의 일종인 이 악물기(Clenching)로 구분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12%가 야간 이갈이가 있는 반면, 약 20%에서 이 악물기 증상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어 야간 이갈이보다 주간의 이 악물기가 성인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 악물기의 주 원인은 스트레스나 긴장, 불안 등 심리적 요인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이나 긴장상태에서 일을 하거나 경쟁이 있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군에서 특히 이 악물기의 습관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심리적 원인 외에도 잘 맞지 않은 보철물로 인해 치아의 높이가 달라졌거나 치아이동으로 인해 치아의 접촉이 달라진 것도 급성으로 이 악물기가 생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상의 생활속에서 우리 치아의 윗니와 아랫니는 씹고 삼키는 행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떨어져 있는 것이 정상이다. 즉, 치아는 기능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하중도 가해지지 않아야 하고 씹을 때 사용하는 저작근육은 휴식상태여야 한다.

그런데 이 악물기 습관이 있으면 단단한 음식을 씹을 때 발휘되는 최대 교합강도의 약 60%가 지속적으로 치아에 가해지므로 치아 마모나 치아 파절을 야기하고, 지속적인 저작근의 수축으로 인해 근육의 통증이나 턱관절 질환까지 야기할 수 있다. 또 이러한 병적인 문제 뿐 아니라 심미적 문제 즉 얼굴 외형을 사각턱으로 변하게 하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문제가 되는 이 악물기를 알면서도 계속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수면 중에 이를 가는 사람들은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가는 날카롭고 신경쓰이는 소리 때문에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의 수면을 방해하면서 알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악물기도 실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치아의 통증이나 근육의 뻐근함, 두통을 호소하며 치과에 내원한 경우 치아의 마모나 파절, 보철물의 파절, 근육의 비정상적인 비대증상을 토대로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악물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지하는 것이 우선된다. 이를 행동 수정요법이라고 하는데 어떤 순간에 스스로 이를 꽉 물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회피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 외에도 근육을 이완시키는 운동이나 명상도 추천된다. 스스로 행동조절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보톡스 주사나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물치료가 단기적으로 추천되기도 하고, 구강 내 마우스피스와 같은 장치를 통해 치아나 근육의 보호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 악물기는 지속적인 경쟁과 스트레스에 놓인 현대인에게 증가하고 있는 치과질환 중의 하나이다. 사람들은 긴장과 스트레스의 순간에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을 준다. 그런데 이렇게 힘을 주는 것이 오히려 치아를 비롯한 우리 몸의 장기에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어떤 일에 집중이 필요하고, 긴장이 되는 순간에 오히려 힘을 빼고 상황을 인지하고, 그리고 심호흡속에서 차분히 대처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이는 악물고 있지 않은지 한 번 느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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