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드디어 가본 30년 전통의 보쌈집

입력 2021.09.26. 13:38 수정 2021.09.30. 18:53 댓글 0개
맛집-광주보쌈(동구 서석로)

나는 그냥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우리 지역의 맛집들이 더욱 번창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맛집 추천이 벌써 백 번째다. 왠지 필진 본인만 알고 있을 100회 특집을 자축하며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하지만 자리 잡기가 힘들다는 곳을 다녀왔다.

오픈런만이 살길! 하지만 파급력 있는 사랑방신문의 특성상 소개된 다음날부터 붐빌 것 같으니 나는 미리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는 결심이 드는 곳, 충장로 광주보쌈을 소개한다.

오픈런만이 살 길! 맛집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쯤이야

충장로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광주보쌈. 빛바랬는데 그 위에 덧대 쓴 느낌의 간판, 이런 간판을 달고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맞다. 간판에서 보이는 세월의 흔적이 맛을 보장한다.

알고 보니 발 빠른 방송국 놈들은 이미 다녀갔다. 생활의 달인에서 보쌈김치의 달인으로 소개된 적 있으니 오늘의 맛이 더 궁금하다. 상호가 '광주보쌈'이라 검색을 하고 싶어도 우리 주위의 수많은 보쌈 맛집들이 나오니 찾기도 어렵다.

'충장로 광주보쌈'이라고 검색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테이블이 4개 정도로 비좁은 편이기 때문에 막 오픈했을 때 가거나 식사시간을 피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차도 조금 불편하지만 바로 앞의 사설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메뉴는 한 개, 당연히 보쌈이다. 고기와 김치는 따로 추가할 수 있다. 여러 악조건에서도 한자리 당당하게 앉았으니 보쌈 주문을 해본다.

반찬은 쌈장·새우젓·고추·편마늘 뿐

보쌈에 크기도 따로 없고 몇 인분인지 알기도 어렵지만 대충 2인이면 적당할 것 같다. 주문하고 나니 쌈장, 새우젓, 고추와 편마늘만 제공되고 이렇다 할 다른 반찬도 없다. 그냥 오로지 보쌈과 김치다! 곧이어 살코기만 할지, 섞을지 개인의 취향을 담아 주문한 보쌈이 나오는데 여느 보쌈집과 다른 비주얼에 놀란다.

첫 느낌은 '맛…있겠지??'. 투박하게 댕강댕강 썰린 고기에 실망을 하기에는 이르다. 맛을 본 순간 이렇게 부드럽고 담백한 고기가 있을 수 있다니 깜짝 놀라게 된다.

돼지고기 앞다리를 마늘, 소금, 청주 등을 넣고 푹 삶아낸 수육은 잡냄새 하나도 없이 부드럽다. 살코기와 비계를 적당히 섞어달라고 했는데 살코기는 촉촉하면서 부드럽고 섞인 부위는 비계 특유의 고소함까지 느껴져 좋다.

다음은 고대했던 김치다. 빨간 양념이 가득한 보쌈김치, '아니 도대체 어떻기에 달인까지 된 거지?'싶다면 일단 한번 먹어보자. 빨간 양념과는 다르게 전혀 맵지 않고 시원한 맛이 가득이다. 오히려 과하지 않은 단맛이 느껴진다. 과일이 잔뜩 들어갔는지 부드러운 양념에 아삭이는 배추의 식감이 조화롭다. 이곳에 다른 반찬이나 메뉴가 없는 것이 이해된다.

또 하나의 별미는 같이 나온 된장시래깃국인데 이걸로도 밥 한 공기 뚝딱 가능하다. 국에 밥을 말아 시원한 김치 얹어 먹어보자. 김치가 이렇게도 쓰인다. 달인은 달인이네…. 보쌈과 김치, 시래깃국과 공깃밥까지 설거지 수준으로 식사를 끝낼 수 있다. 양이 약간 적어 보이지만 공깃밥에 국까지 함께 먹으니 어느새 배도 부른다. 다음에는 저녁에 와서 술과 함께 먹어봐야겠다. 그때는 미리 고기, 김치 추가를 해야겠다.

포장도 가능한 것 같으니 매장에서 식사가 어렵다면 미리 전화로 문의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고기는 따뜻하고 김치는 먹기 편하게 포장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며 포장하는 모습에 이곳이 30년의 전통을 유지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글·사진=네이버 푸드 인플루언서 활화산이수르(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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