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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린다고 집값 내려갈까" 금통위원들 설전
입력 2021.09.21. 07:00 댓글 11개기사내용 요약
"기준금리 조정으로 주택가격 제어 회의적"
금융불균형, 거시건정성 규제만으로는 한계
대출 옥죄기 비판…"가계대출 질 하락 우려"
한은 "어느 정도의 대출 규제·관리는 불가피"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대한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을 놓고 금통위원들이 치열한 설전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가 비은행 대출로 이어져 자칫 대출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 일부 은행의 문제라며 어느 정도의 대출 규제와 관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1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 위원들은 지난달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서 집값, 가계부채 등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금통위 의사록(8월26일 개최)을 보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의 위원은 주택 가격 상승,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인상으로 해결하는 데 회의적인 만큼 기준금리 금리 인상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정도, 백신의 접종 속도와 효과 등을 살펴본 후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대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다수 위원들은 저금리 기조가 집값 상승 기대를 자극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 시킬수 있다며 금융안정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맞섰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주상영 위원은 "과거 20여년 간의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의 흐름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 신용카드 사태 전후 일시 등락한 이후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선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적인 상승을 금리를 통해 제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스럽다"고 언급했다.
주 위원은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 추세를 벗어난 가계부채비율의 증가 속도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겠으나, 상승 추세 자체가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가계부채 증가의 많은 부분이 고소득·고신용자의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들의 대출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 위원은 또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지난 6~7년간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우려할 만한 현상이지만 기준금리의 미세조정으로 주택가격의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통화정책 본연의 목표는 경기와 물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으로서 그 유효성이 역사적으로 입증됐지만 주택시장 안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주택가격 상승세를 잡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시적 억제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가계대출 관행과 규제정책에 구조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며 "통화정책의 진로를 크게 변경할 때에는 경기, 물가, 고용, 금융안정 등의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지 신중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서 시민들이 갭투(세를 끼고 투자) 등에 나서면서 집값 상승, 가계대출 증가를 가져온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불균형 누적의 심화와 이에 따른 미래 금융불안정 가능성의 상승은 이 시점에서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을 더 늦추지 않는 것이 적절함을 시사하고 있다"며 "특히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파른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상승은 미래 금융불안정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국민들이 생애 적절한 주거 서비스를 누리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부문의 지속적 레버리지(대출을 일으켜 투자) 증가는 미래 소비와 투자의 여력을 줄여, 빠른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활력을 더욱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금융불균형의 지속적 누적에 대해 거시건전성 규제만으로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다 분명해진 만큼 지난 1년 넘게 시행되어온 이례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더 이상 지체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원인이 저금리에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뜻으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수익추구 행태가 지속됨에 따라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주택가격의 오름세와 가계신용 증가세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그 부정적 영향을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경우 장기간 높은 수준의 대출 증가가 지속되면서 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주요 선진국 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주택가격의 오름세 확대로 소득대비 가격비율(PIR)이 여타 국가대비 상당히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관련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을 경우 채무 상환부담 확대, 급격한 가격조정 등을 통해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해 다양한 거시건전성 정책이 실행되고는 있으나 규제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부문에서의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어 통화정책적 대응이 동반되어야 할 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제는 금융불균형 위험에 보다 유의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일부 축소하는 것이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목적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금융불균형'을 지적하며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금통위원은 "1~7월중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증가액은 약 80조원으로 통계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증가율이 10.2%로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면서 GDP대비 가계신용 비율도 더욱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식시장에서도 지난해 3월 이후 주가상승률이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개인의 신용융자잔액이 사상 최대치에 이르는 등 레버리지 투자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와 같은 금융불균형 누증으로 인해 금융의 경기순응성이 강화되고 향후 대내외 충격에 대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러한 최근의 거시경제상황과 금융안정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성장과 물가 면에서 통화정책의 완화적 운영 필요성이 줄어든 반면, 금융 측면에서는 완화 정도를 축소할 필요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의 가계대출 옥죄기와 관련 비은행으로 대출이 쏠리면서 가계대출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근 지속 돼 온 금융당국의 실수요자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출 옥죄기에 대한 질타로 볼 수 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몇몇 은행이 일부 가계대출 상품의 신규취급을 중단하는 등 대출관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비은행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등 가계대출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건전성 강화조치가 불가피하나 은행과 비은행 간 규제차이가 크지 않도록 적용방식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대출관리가 지나치게 엄격해질 경우 의도치 않은 정책 리스크가 유발될 수 있다"며 "신용 가용성(credit availability) 자체를 줄이는 과도한 규제 조치는 자칫 과거 2000년대 초 신용카드 사태와 같은 가계부채의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총량규제보다는 가격변수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는 견해를 나타났다.
또 "이와 관련해 은행들이 지난해 늘린 가계 신용대출의 한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기존 차주의 대출원금까지 과도하게 조정하지는 않는지,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과정에서 비은행으로의 풍선효과나 예기치 않은 정책 리스크가 유발되지는 않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 부서는 "일부 은행들이 특정 대출상품의 취급을 중단하거나 신용대출의 한도를 축소하고 있으나, 이는 신규대출에 한한 것이지 기존 대출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위원도 "가계대출의 증가세 관리조치가 과도할 경우 자칫 대출절벽 현상이 발생해 실수요자 대출까지 억제하거나 기존 대출자에게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가계대출 이슈는 가격변수로 대응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 부서는 "원칙적으로는 가격변수를 통한 대응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출 증가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어느 정도의 규제나 관리 조치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모니터링 결과 대출의 중단 내지 축소 움직임은 일부 은행과 상품에 국한된 것이고 비은행도 대체로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그간 강화한 대출영업을 자제하는 정도지, 가계대출이 전면 중단되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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