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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혁신②]창고형 '쑥쑥'···이마트 트레이더스의 비결은?
입력 2021.09.21. 05:00 댓글 1개기사내용 요약
코로나19 속 코스트코 9%·트레이더스 매출 23%↑
대용량·창고식 적재가 다 아냐…상품 경쟁력 혁신
구색 한정하고 선택과 집중 "오히려 만족도 높여"
롯데마트, 기존점 내년 상반기 빅마켓 전환 추진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추석 당일(21일)을 1주일 가량 앞둔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QR코드를 인식하고 매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으로 줄이 섰다. 약 1만㎡(3000평) 규모 매장에선 손님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용량 한우와 수입산 쇠고기 가격을 각 손에 들며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유행이 1년 반을 넘기면서 유통업계는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이 주도하는 시대로 넘어섰다. 하지만 창고형 매장은 지난해보다 20% 넘는 상반기 매출 성장률을 보이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지켜가고 있다. 유통업계가 고객 발길을 창고형 매장으로 돌리게 만드는 비결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코스트코 5조, 이마트 트레이더스 3조 돌파 유력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639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3% 신장했다.
2010년 경기 용인시에 첫 점포를 선보인 트레이더스는 업계 1위 코스트코와 달리 비회원제를 채택해 문턱을 낮춘 창고형 매장이다. 올해 2월 부산 연제구에 20번째 점포 연산점을 열었다.
첫해 484억원 매출을 올린 트레이더스는 매년 고속 성장해 2015년 9534억원 매출을 거뒀다. 2016년 처음 연매출 1조를 넘었고(1조1957억원), 2017년 1조5124억, 2018년 1조9100억원, 2019년 2조3371억원, 그리고 지난해 2조89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률은 매년 20~30%에 달하며, 신규 점포를 제외한 기존점 성장률은 11%로 온라인 공세 속에서 '낭중지추'(주머니 속 바늘)와 같은 성과를 보였다. 내년 상반기엔 롯데백화점 동탄점 바로 인근에 트레이더스 동탄점을 열고 신도시 상권에 도전장을 던진다.
창고형 할인점 성과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세계 최대 업체 '코스트코'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632억2000만 달러 실적을 거둬 전년 대비 9.3%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 신장률(7.9%)보다 높다. 한국에서도 올해 5조원이 넘는 연매출을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
고객 충성도 지표도 인상깊다. 회원제는 코스트코 상징과 같다. 주 사업 무대 미국·캐나다 지역 회원 멤버십 갱신율은 지난해 91%를 기록했다. 전 세계 유료 멤버십 수도 2018년 5160만명, 2019년 5390만명, 2020년 5810만명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롯데쇼핑도 롯데마트 계열 '빅마켓' 확장에 다시 나서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소재 창원중앙점을 새 단장해 내년 상반기 빅마켓으로 전환한다. 광주 서구 상무점, 전북 전주송천점, 전남 목포시 목포상동점도 빅마켓으로 전환이 유력시되는 점포다.
◇대용량·자체 상품 개발…"안 올 수 없다"
창고식 할인점은 일반 대형마트, 백화점과 같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판촉 행사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품 단량의 차별화를 통해 매입 단가를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할인점 업의 근간이 되는 '상시 초저가'(EDLP, Every Day Low Pirce)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일반 할인점 대비 평균 8~15%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다. 용량도 시중 일반 매장이 오리온 초코파이를 25~30개입 수준에서 판다면 트레더스는 60개입을 취급한다.
돼지고기 목심, 삼겹살, 항정살 등을 각 800g씩 담아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트레이더스 'BBQ 멀티팩 세트'(2.4㎏)는 4만원이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입소문을 타며 트레이더스 효자 상품으로 거듭났다.
◇냉장고 가득 채운 대용량 상품·9m 천장 눈길
지난 15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에 직접 방문해보니 '많이 싸게 판다'는 단순한 전략이 먹히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을 들인 자체 브랜드(PB) 상품 매대엔 특히 인파가 많았다.
트레이더스에서만 구할 수 있는 '티 스탠다드' 자체 브랜드(PB)가 대표적이다. '트레이더스 딜'에서 수차례 브랜드명을 갈아치우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다. '티 스탠다드 마이워터'(생수, 2ℓ 6개입)는 평일 오후 3시께 이미 파렛트 절반이 비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 파렛트는 가로, 세로 1.1m 내외 크기 적재용 판이다.
이마트 측은 "과거 트레이더스 딜 등 초기 PB 상품 가짓수는 10여개에 불과했지만 현재 티 스탠다드 가짓수는 90여종"이라고 설명했다.
부대찌개, 감자탕, 밀푀유를 만들 수 있는 밀키트는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레이더스 밀키트는 제품 하나가 대형 냉장고 세로 면적 절반을 가득 채우는 압도적 크기를 자랑했다. '가즈아 부대찌개'는 찌개냄비에 14가지 부재료, 사골 육수를 함께 넣었다.
실제 트레이더스 스테디셀러 상품 매출 신장률은 30~40% 수준을 보였다. 양념 소불고기, 양념 토시살구이 등 축산가공육은 49.6%, BBQ 훈제삼겹살 44.3%, 프리미엄 스시 28입 34.6% 등이다. 즉석조리 부문 매출 신장률은 식품류 전체 총 신장률 1위인 49%를 보이고 있다.
◇구색을 오히려 줄인 선택과 집중 전략
매장은 코스트코, 이케아 등이 그렇듯 창고처럼 물건을 천장 높이 박스 포장 그대로 진열한 'RPR'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층고는 무려 9m. 영업 시간이 끝나고 추가 진열이 필요하면 매장 안에서 바로 상품을 꺼내 그대로 내리면 되니 진열을 위한 노동력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영업 면적 10~20%도 아낄 수 있다.
꼭 필요한 상품만 진열하는 것도 특징이다. 기존 대형마트는 구색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대형 점포 기준 최대 10만개에 달하는 상품을 판매한다. 트레이더스는 5000개 수준 유닛 스큐(SKU)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한정 구색이 역설적으로 상품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며 엄선된 상품을 통해 고객들의 만족·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출점 당시 이마트는 2030년 50개점, 매출 10조원 규모로 사세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 중 창고형 할인점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 출점해 전국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 빅마켓과 코스트코와 치열한 경쟁이 있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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