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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도 가계부채·집값 못잡아"...주목받는 주상영 금통위원

입력 2021.09.15. 07:00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한결 같이 금리 동결 목소리

기준금리 조정으로 주택가격 못잡아

주택가격, 2005년부터 추세적 상승

가계대출 상승 추세 바꾸기는 어려워

한은 "대출금리보다 투자 수익 기대 높은 탓"

[서울=뉴시스]주상영 한국은행 신임 금융통회위원회 위원이 지난해 4월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취임식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04.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유독 주상영 위원만 금리 동결을 주장한 배경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주 위원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혀온 고승범 전 위원이 금통위원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한결 같이 금리동결 목소리를 냈다.

한은이 13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8월26일 개최)을 보면 지난달 회의에서 주상영 위원은 금리 동결을 주장하면서 "지난 6~7년간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우려할 만한 현상이지만 기준금리의 미세조정으로 주택가격의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다른 위원들이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의견이다.

또 한은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주택가격 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춰준다고 발표한 내용과도 전혀 다른 시각이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2021년 9월)'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1년 간 주택가격 상승률을 0.25%포인트, 가계부채 증가율을 0.4%포인트 줄여 준다고 추정했다.

각계에서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한은에 따르면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올 2분기 가계 빚(가계신용)이 1805조9000억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에 나선 영향이다.

주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본 것은 그동안의 통화정책이 주택시장 안정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한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동조하고 있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과 완화적 금융여건 하에서 높아진 가계의 수익추구 성향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대출 수요가 크게 둔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도 함께 내놨다.

주 위원은 "통화정책 본연의 목표는 경기와 물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으로서 그 유효성이 역사적으로 입증됐지만 주택시장 안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선제적 대응이 쉽지 않은 데다, 주택경기와 실물경기의 순환 양상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안정 및 물가안정 목표와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은 "과거 20여년 간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흐름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 신용카드 사태 전후 일시 등락한 이후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선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추세적인 상승을 금리를 통해 제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 추세를 벗어난 가계부채 비율의 증가 속도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겠으나, 상승 추세 자체가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가계부채 증가의 많은 부분이 고소득·고신용자의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들의 대출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 부서는 "자산투자의 기대수익이 대출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장기간에 걸쳐 가계부채 증가세가 유지되어 온 측면이 있다"며 "만일 가계대출금리가 조달비용 대비 자산투자의 기대수익이 커지지 않는 선에서 조절됐다면 가계부채비율의 추세적 흐름도 달라졌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주 위원은 "우리나라의 고소득층은 부동산 투자를 위해 기꺼이 소비를 줄이는 한편 대출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의 증가 추세를 금리를 통해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금융기관의 대출정책이나 관행을 바꿀 수 있는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문제를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금융건전성 등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위원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결정 회의 때도 "가계부채 안정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금융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 논의는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하는 등 확고한 동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 위원은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의 추천으로 금융통화위원에 선임된 인물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세종대·건국대 교수 등을 거쳐 2018년부터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주 위원은 학현학파 출신이기도 하다. 학현학파는 변형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아호로 주 위원은 2014년 변 명예교수의 업적과 공로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학현학술상을 수상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중시하는 학현학파는 성장을 중시하는 서강학파와 함께 국내 경제학계의 양대축이다.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학현학파 출신이지만 통화정책을 놓고는 입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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