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덕분에 이번 명절도 따뜻하게 보내겄소"

입력 2021.09.14. 14:20 수정 2021.09.14. 16:48 댓글 0개
[대한적십자사 나눔 봉사 동행 취재]
추석 앞두고 소외된 이웃 위한 행사 열어
송편부터 전까지…명절 음식 손수 준비
관내 취약계층 300세대 찾아 온정 전해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추석 명절을 맞아 14일 광주봉사관에서 전통음식 만들기 행사를 진행해 관내 취약계층 300세대에 음식과 생활필수품 등을 전달했다.

"코로나 걱정돼서 자식들도 오지 말라고 했는디, 덕분에 명절 분위기 느끼겄소. 고맙고 미안해서 어떡할꼬."

14일 오전 광주 북구 임동에 위치한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광주봉사관.

봉사관에 들어서자 군침이 절로 도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빗소리를 연상케 하는 전 부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긴 곳에서는 노란 점퍼를 입고 위생 모자와 위생 장갑으로 무장한 30명의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명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봉사회협의회 봉사원으로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이날 이른 아침부터 모여 소외된 취약계층 세대에 전달할 송편, 전 등과 같은 명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먼저 추석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인 송편을 만들기 위해 10여명의 봉사원들과 함께 고려인 마을에서 온 아이들 3명이 열심히 송편을 빚었다. 아이들은 봉사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반죽을 동글동글하게 만든 후 엄지로 옴폭한 모양을 만들어 소를 넣고 끝을 단단하게 여몄다. 서투른 손길이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들 옆에 있던 다른 봉사원들은 명절 대표 음식인 전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봉사원이 고기, 생선, 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에 밀가루를 고루 묻히고 달걀옷을 입힌 채 넘기자 다른 봉사원이 달궈진 팬 위로 기름을 두른 후 전을 노릇노릇하게 굽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완성된 음식과 미리 준비한 생활필수품들을 광주 내 취약계층 300여가구에 전달하기 위해 무거움도 잊은 채 박스별로 들고 차로 옮겼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명절의 온정을 나눈다는 행복 때문인지 그들의 얼굴엔 마스크 너머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한 허해자 봉사원은 "우리 주변에는 코로나로 인해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웃들이 많다"며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이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이 정을 느끼면서 마음 따뜻한 명절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광주 서구 농성동 한 주택에서 살고 있는 김덕심 어르신과 김유섭씨가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에서 추석 명절을 맞아 준비한 음식과 생활필수품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오후 나눔의 온기가 가득 실린 음식과 물건을 들고 찾아간 서구 농성동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는 익숙한 봉사원들의 목소리에 90대 노모와 함께 사는 둘째 아들 김유섭(68)씨가 반갑게 문을 열고 맞았다. 유섭씨는 오래 전 사고로 지적 장애를 앓고 있었지만 활동보조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홀로 어머님을 모시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거실에 앉아있던 김덕심(92) 어르신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어, 욕봤네"라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이날 함께 어르신 댁을 찾은 고윤순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봉사협의회 전부회장은 "엄마, 곧 추석이어서 음식 좀 준비해왔어"라며 "송편은 한 번에 드시지 말고 하나씩 천천히 드시고, 여기 전도 있으니까 밥이랑 잘 드셔야해"라고 마치 딸처럼 살갑게 대화를 나눴다.

이에 어르신은 "저 멀리 살고 있는 딸들에게 코로나가 위험하니까 이번 추석엔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명절인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보내려나 생각했는데 덕분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정말 명절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음식들을 준비하느라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니 고맙지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번 명절도 건강하게 잘 보내야 한다는 봉사원들의 인사에 어르신은 "나 밥도 잘 먹고 건강해. 오늘 이렇게 찾아와줘서 너무 고마워요"라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추석 명절을 맞아 전통음식 만들기 행사를 진행해 광주 관내 취약계층 300세대에 전통음식(송편·전 등)과 다양한 생활필수품 등의 선물을 전달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srb7@hanmail.net전화 062-510-115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사랑방미디어'

동정 주요뉴스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