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코로나 백신 접종 우선 순위와 교육

입력 2021.09.07. 09:30 수정 2021.09.07. 19:33 댓글 0개
이운규의 교단칼럼 광주 신용중 교사

미국이나 독일, 터키와 인도네시아 같은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교사들은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우선적으로 접종받았다. 그러나 한국의 교사들은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얼마 전에 미국 모더나 회사의 코로나 예방 백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예정된 접종일이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도, 교사들은 예외 없이 일방적인 접종 연기를 통보받았다. 방학 중에 백신을 접종하고 2학기를 맞이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학교와 현장의 교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정부는 당시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재학생이 아닌 대학 입시 수험생들까지 포함하여)에 대하여서는 연기 없이 백신 2차 접종을 실시하였다. 물론 1차 백신 접종도 고3 학생들은 교사들보다 우선 순위였다. 교사들은 7월 28일 처음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고3 학생들은 이보다 앞선 19일에 시작되었다. (고3 학생 집단과 교사 집단은 수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정부는 어떤 이유로 고3 학생들의 접종이 교사들보다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대부분의 나라에서 우선 접종 순위는 일선 의료진, 심각한 질병이 있거나 사망의 위험이 높은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집단, 전파할 위험이 높은 집단 그리고 사회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는 일을 하는 집단 등이다. 이 중 어떤 경우가 고3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것일까? 질병에 취약하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은 아닐 것이고, 그러면 감염 위험이나 전파 위험이 높은 집단인가?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11월 수학능력시험을 말하였다. 그러면 생각해 보자. 수능일에 예상되는 감염과 전파 위험이, 매일 수십 혹은 수백명의 학생들을 밀폐된 교실 공간에서 종일 만나서 대화하고 접촉하는 교사들의 감염과 전파 위험보다 크다는 말일까? 그것도 아직 3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는 수능일 하루의 위험도가 당장 2학기에 전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매일 만나야 하는 교사들의 위험도보다 더 심각하고 그래서 접종이 더 시급하다는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면 혹시 고3 학생들이 위에서 말한 우선 순위 기준 중에 남은 한 가지 즉 '사회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는 일을 하는 집단'이기 때문일까?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겠다. 한국에서 대학 입시는 사회의 다른 어떤 일보다 중차대하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한국에서는 한 사람의 일생이 대학 입시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수학능력시험은 '단 하루에 판가름이 나는' 대학 입학 시험이다. 그래서 이 하루를 위해 온 나라가 관심을 기울이고 숨을 죽인다. 이 시험의 안전하고 성공적 시행을 위해 온 정부가 나선다. 바로 이 하루를 겪고 치러내야 할 당사자들이 바로 고3 학생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 사회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고 수행하는 집단이 된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 사회의 비정상과 우리 교육의 왜곡과 전도가 있다. 단 하루의 시험으로 한 사람의 일생이 결정되는 사회는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 단지 어떤 대학에 입학했는지에 따라 한 사람 일생의 성공과 실패가 좌우되는 사회는 결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과 사람됨이 단 하루 동안 치러지는 백 수십 문항의 오지선다형 필기시험 문제에 의해 채점되고, 이 채점 결과에 따라 그 등급이 나누어지는 사회, 그리고 나아가서는 그 등급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등급이 나눠지는 사회가 어떻게 정상이겠는가?

본질적으로 시험은 한 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원래 시험이 유래한 교육영역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시험은 다음 단계 학생 교육을 위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 실시하는, 다시 말해 교육을 위한 일종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 등수를 갈라 선별하고 줄을 세우는 데 이용되는 시험은 시험의 근본적 왜곡이며, 시험 특히 대학 입학시험이 초중등 전 교육의 실질적인 목적이 되어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현 정부와 교육부가 이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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