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완등 후 함께 막걸리라도 마시고 싶었는데···"

입력 2021.08.08. 13:16 수정 2021.08.08. 14:26 댓글 0개
염주체육관 1층서 김홍빈 대장, 영결식 엄수
100여명 시민 참석…“아직 죽음 실감이 안나”
지난 달 18일 파키스탄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 등정 성공 후 실종된 '열 손가락 없은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8일 오전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렸다. 김 대장의 영정과 청룡장이 산악 동료들의 손에 들려 나오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김홍빈 대장이 이번에 완등한 뒤 함께 막걸리를 마시자고 했었는데…. 아직도 그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네요."

장애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김홍빈(57) 대장의 영결식이 8일 오전 엄수됐다. 이날 김 대장의 영결식은 지난 4일부터 분향소가 마련된 광주 서구 화정동 염주체육관 1층 현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유가족, 광주시산악연맹 관계자, 내외빈 등 150여명은 김 대장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영결식이 열린 광주 서구 화정동 염주체육관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분향소 내부는 코로나19로 49명으로 제한돼 산악연맹 회원 등만 입장할 수 있었다. 분향소 입장을 못한 추모객 100여명은 체육관 외부에 설치된 TV에서 송출되는 영결식을 함께 지켜봤다.

지난 달 18일 파키스탄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 등정 성공 후 실종된 '열 손가락 없은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8일 오전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렸다. 김 대장의 영정과 청룡장이 산악 동료들의 손에 들려 나오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영결식 진행 사회를 맡은 방송인 이진화씨는 "김 대장의 출정식 때마다 사회를 맡았었는데 돌아가셨다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국내로 돌아오면 함께 막걸리를 마시자고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회를 보는 내내 울먹였다.

외부로 송출되는 영상을 지켜보는 많은 추모객들도 마스크 사이로 흐르는 눈물을 닦거나 일부는 소리를 지르며 오열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추모객 윤종두 (81)씨는 "언론을 통해 김홍빈 대장에 대해 알게 됐는데 소식을 듣고 너무나 안타까워 영결식장을 찾게 됐다"며 "열 손가락이 없음에도 눈 덮인 8천m급 14좌를 모두 완등한 김 대장의 불굴의 정신을 모든 국민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달 18일 파키스탄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 등정 성공 후 실종된 '열 손가락 없은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8일 오전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렸다. 김 대장의 영정과 청룡장이 산악 동료들의 손에 들려 나오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영결식 영상을 보면서 오열하던 서모 (43·여)씨는 "김홍빈 대장과 알고지낸지 7년 정도 됐는데 갑자기 이렇게 떠나 너무 슬프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고인의 불굴의 도전 정신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흐느꼈다.

이날 영결식에는 도쿄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클라이밍 국가 대표선수들도 함께했다.

천종원 선수는 "김홍빈 대장님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선배 산악인인 그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올림픽 출정식 때 김 대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감이 안났다"며 "영결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밤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광주로 왔다. 김 대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앞으로 더욱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채현 선수도 "김홍빈 대장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올림픽이 끝난 후 바로 달려왔다. 김홍빈 대장님의 불굴의 도전 정신을 본받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은 고인의 발자취를 간직한 송원대 산악부, '김홍빈과 희망만들기·김홍빈 희망나눔 원정대' 사무실을 거쳐 장지인 무등산 문빈정사 납골당으로 향했다.

앞서 김 대장은 지난달 18일 오후 4시 58분(현지 시각)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브로드피크(8천74m)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 해발 7천900m 부근에서 조난 사고를 당했다.

김 대장은 조난 상태에서 이튿날 오전 러시아 구조팀에 의해 발견됐고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올라가다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생전에 김 대장이 사고가 발생하면 수색 활동으로 인한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대로 수색 중단을 요구했고 산악인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정부는 김 대장에게 1등급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추서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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