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일상의 행복

입력 2021.08.01. 19:46 수정 2021.08.04. 19:56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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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호 전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함께 땀 흘리며 일하고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 있습니다. 민중의 벗 백기완 선생님이 꿈꾸던 세상입니다. 다 같이 노나~ 하면, 메기~ 해 주십시오.' 강력한 힘은 지금까지 경험과 윤활유 같은 실천에서 온다는 진주인의 제안이다. 모두가 행복하고, 주인이 되는, 보다 공정한 세상을 얘기하곤 했다. 그의 생각이 바뀌지 않고, 결단과 추진이 지치지도 않을 거지만 요즘 같은 한 낮 땡볕엔 잠시 쉬어가는 여유도 가졌으면 한다.

그와 함께 4일, 9일 열리는 독천장을 찾았다. 학산, 미암, 서호, 삼호를 넘어 해남과 목포까지 이름났던 곳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시장과 국밥도 사라진지 오래다. 코로나19를 먼저 탓하고, '미암낙지'는 금어기를 이유로 문이 닫혔다고도 해본다. 옛 영화를 살려내야 하는데? 어디서 '빵' 소리가 난다. 낭주교통이 서두르라고 한다. 서창호수길로 간다. 감치와 신덕을 잇는 제방이 넓은 간척지와 작은 저수지를 새로운 풍광으로 만든 곳이다.

그 시절에 상록수를 꿈꾸던 한 청년이 있었다. '어느 산 비탈길에서 무거운 지게 짐에 눌려 외롭게 쓰러진다 해도…나는 즐겨 이 길을 택하노라'며 무화과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박하지 않는 부유한 길'의 소망은 불의의 사고로 잠시 멈추었지만, 해풍을 받은 넓은 이파리가 첫 열매로, 오늘날 명품 소득원의 뿌리가 됐다. 그런데 노지재배가 갈수록 어렵다. 한 겨울 혹한과 봄철 냉해, 선충과 혹부리병 피해가 늘고 있는 것이다.

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농업으로 전환하라는 신호가 아닐까? 먼저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 땅 갈기를 더 고민해야 한다. 다음은 이곳 무화과의 시원(始原)을 찾아야 한다. 창세기부터 성경말씀에 60회 이상 거론되는 나무이고, 암 치료에 효력이 있는 벤즈알데히드가 들어있다고 하니, 우리가 모르는 신비로운 무엇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여기에 수변 데크, 농막체험, 놀이시설 등을 더한다면 관광자원으로도 특화시킬 수 있을 거다.

영암천 일출을 보러간다. 백룡산과 쌍정제 물이 만나는 합수목에서 시작했다. 영산강하구언이 막히기 전까지는 바닷물이 올랐던 곳이다.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당신을 그립니다'를 부르며, 강변에서 모래찜질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때다. 세월을 따라 둑방길이 났지만 이쪽저쪽 연결교량이 너무 멀다. 차량이 비켜갈 수 있는 공간과 그늘나무 또한 부족하다. 인내천(人內川)으로 가는 비탈계단과 하상보행로는 풀이 절반이나 됐다.

붉은 해를 온전하게 보지는 못했다. 옅은 안개 사이로 비치던 털거리비가 미운 구름을 데려 온 것이다. 그래도 국도 13호선 아래 백운마을 월출교를 돌아 8㎞를 걸었다. 민심이 호환보다 무섭다는 달성인의 안내와 혜안이 더해졌다. 제방의 콩과 깨, 갈대숲이 얘기하는 생생한 소리까지 듣다보니 다시 덕진다리다. 천여 년 전 덕진여인의 300냥 선행이 '대석교창주덕진지비각'을 서게 했고, 고려 왕건이 견훤의 수군과 막판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덕진교는 덕진포에 있다. 덕진포는 군의 북쪽 5리에 있으며 월출산에서 나와 바다로 들어간다'라고 기록될 만큼 예부터 중요시했다. 요즘 하천은 관광기능까지 하고 있다. 황룡강, 탐진강과 영산강 둔치, 담양 관방제림을 보면 된다. 폐냉장고를 치우고 꽃을 심으며 가꾼 차이가 지금을 만들었다. 키 큰 나무 아래서 땀을 식히고 정자에서 쉬어가게도 한다. 여기에 우리의 어제,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와 꿈을 더한다면 어떻게 될까?

금상첨화일 것이다. 덕진포구가 있던 영암천이 '딱'이라는 생각이다. 고향의 강을 가꾼다는 믿음으로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면 된다. 대신교를 바라보는 무궁화가 꽃이 된 사연과 같이, 역리양수장의 물이 마르지 않고 '꿈꾸는 땅 실로암목장 한우사랑, 셋…'이 기찬 매력을 매일 샘솟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일상 활동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고, 옛 추억과 문화를 되살리는 꿈도 꾸었다. 지방도 819호선에서 월출산의 기운을 맞이하며 모두의 행복을 그리고 또 그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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