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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여의도 정치 거리두기 1개월 '시원찮네'

입력 2021.07.25. 08:10 댓글 0개
정책 역량 부재, 잇단 말실수로 한달간 실점만
정치경험 부족해 검증공세에 정무적 대응 안돼
윤석열, 국민의힘 입당·시기에 대한 확답 없어
부인·골프접대 등 공세에 공정 이미지 흔들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1.07.17. hgryu77@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지난 달 29일 대선출마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달 동안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며 민생탐방 행보를 이어왔다. 탈진보층과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성적표는 C를 주기도 어렵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30%대 고공행진을 펼치던 그의 지지율은 한달 만에 10%대로 주저앉으며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기존 정치권을 불신하며 여의도 정치 문법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그의 당찬 포부는 잇단 설화와 정책적 이해 부족 등으로 '준비 안된 아마추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25일 야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여의도와 거리두기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정치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국민의힘 입당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입당에 앞서 중도층 지지를 다지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1시간가량 만찬을 한 적은 있지만, 입당여부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함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2일 야권 대선주자 중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입당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윤 전 총장은 다른 대권주자들이 국회 근처 여의도에 캠프 사무실을 차린 것과 달리 광화문에 캠프를 꾸렸다. 여의도와 물리적 거리 두기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정치 문외한인 그는 정무를 담당하는 공식 참모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조직에 정책을 총괄하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과 대변인단 등 공보팀만 가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인 정진석, 권성동 의원 등이 윤 전 총장의 조력자로 나섰지만, 그들과도 공개적으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윤 전 총장이 의원들을 자주 접촉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독자 행보를 통해 중도 지지층을 확장하면서 높은 지지율을 관리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향후 국민의힘 입당 시 경선룰 등에 있어 협상력을 높이거나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고려한 포석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구상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도를 잡겠다는 그의 '스윙'(갈지자) 행보는 모호성만 부각하며 지지율 하락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을 사퇴한 지난 3월 이래 안정적으로 30%대를 지켜왔지만 현재 10% 후반으로 급락했다.

정치권에선 장모 구속, 부인 김건희씨 관련 논란에 이어 삼부토건 골프 접대 의혹 등 잇단 검증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윤 전 총장의 잇단 말실수와 과격 행보, 전문성 부족 등으로 중도층에 실망감을 안긴 데다 여당 경선 열기가 더해지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탄 것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대구 민란', '주 120시간 근무', '중국 레이더 철수' 등 잇단 설화로 논란을 자초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뉴시스] 2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한 7월 셋째 주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27%, 윤석열 전 검찰총장 19%, 이낙연 전 대표 14%로 집계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외교나 경제 분야에 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현장에서 자주 실수를 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윤 전 총장이 벼락치기 과외로 대권 수업을 받았지만 아직 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의 여의도 거리두기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22일 MBC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추이와 관련해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과거 국민의당 시절 안철수 대표가 했던 판단과 윤 전 총장의 행보가 비슷하다고도 했다.

같은날 기자들과 만나 "여의도 정치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잘못된 조언을 듣고 있을 수 있어 그 부분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여의도 정치를 전혀 모르시는 분"이라며 "지금 메시지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는 지적에 발끈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22일 서울시간호사회 간담회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은 국민의 안전과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정치 아니겠나"며 "여의도 정치가 따로 있고 국민의 정치가 따로 있겠냐"고 반박했다. 현재 여의도 거리두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조사하는 방법이나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을 바라보고 가리키는 길로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재 윤 전 총장을 대체할 만한 야권 주자가 없는 만큼 그가 당분간 자신의 의지대로 정치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최근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비롯한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내 주자들이 윤 전 총장 집중 공격하며 차별화에 나설 경우 윤 전 총장이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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