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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교 성장은 사업이 아닌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입력 2021.07.20. 17:50 수정 2021.07.20. 19:34 댓글 0개얼마 전부터 불안한 가운데에도 전면 등교가 시작됐다. 아이들이 등교한 교실 위로 7월의 햇살은 눈부시고 기온은 높다.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 느티나무의 잎들은 단단한 빛깔을 띠기 시작했고 텃밭에서 자란 상추 이파리는 그 곁에서 익어가는 방울토마토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장마 전선이 밀고 밀리는 기상예측도를 보면서 언젠가 장마 전선이 저기 북녘 어디쯤에서 가뭇없이 사라지듯 우리 곁에서 코로나도 그렇게 사라져 갈 것이라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번 주부터는 교사들의 백신 접종과 고3 및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거리두기 단계는 2단계로 격상됐고 8인까지 풀렸던 모임이 다시 4인으로 축소됐다. 돌아보면 학교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였던 것 같다.
개인적 업무 구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행에 근거하면 고민이 끼어들 틈이 없고 개인의 헌신에만 기초한 조직 문화엔 협력이 끼어들지 못하는 것이 학교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은 과거의 관행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협력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자의든 타의든 형성되었다. 약 일년 반의 시간을 되돌아 보면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학교들은 참 빠른 속도로 교육 활동을 구축했다. 또한 새로운 교육 활동을 모색하고 현실화하는 동료 교사들을 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걸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학교가 위기의 상황을 맞이했지만, 2주라는 시간만에 코로나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을 보면서 학교의 변화를 어떻게 일구어야 하는지 다소 거칠더라도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많은 학교들이 한 해 동안 상당한 예산을 들여 여러 사업들을 한다. 교육청에서 주관한 다양한 공모 사업, 각종 선도 학교, 연구 학교 등에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그렇게 해서 선정이 되지만, 정작 학교 구성원들은 그 사업의 목표나 내용조차 모른 채 사업을 떠 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사업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민주적 협의와 해당 사업이 갖는 의도와 가치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숙의하는 과정없이 어느 열성적인 교사 몇몇에 의해 추진되다 보면 학교의 사업이 하향식 선포가 되기 일쑤고 다수의 구성원들이 의도치 않게 배제된다. 여전히 학교에는 그런 문화가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사람만 한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을 과거의 관행에 기대어 개인적 업무로 처리하는 편리한 구조에 숨기도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 사업에 참여가 아닌 동원이 되는 교사들은 사업의 과정에서 창의적인 방안 제시와 내실을 기하기 어렵게 되고 가급적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고 나아가 심한 경우 구성원 사이 관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이 되면 구성원들 다수를 수동적인 집행자로 만들게 되고 그 집단은 무능해지고 교육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화 속에 놓인 구성원은 행복하기 어려우며, 이는 교육의 퇴보만을 부를 뿐이다.
구성원들을 능동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은 직책의 문제도 아니며, 누구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데에 있지도 않다. 구성원들이 교육적 필요에 기여한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구성원들이 사업의 구상과 활동, 성찰과 평가에 함께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즉 교육적 의도와 가치, 필요성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함께 공유되는 것이 민주적 학교 운영의 시작이다. 그래서 구성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의 성장은 사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기초한 교육 활동과 경험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여름은 중복을 지나고 있다. 오늘부터 아이들이 방학에 들어 간다. 아이들은 분명 건강한 얼굴로 돌아 올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학교는 늘 기다림의 공간이다. 교육이 그렇듯.
- <칼럼> 늘봄학교,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 '늘봄', 이 얼마나 예쁜 말인가? 봄처럼 포근하고 따사로움이 늘 함께한다는 뜻일 것 같은 '늘봄'. 그러나 이제 이 언어는 그렇게 쓰일 수가 없다.언어의 의미는 사회에서 규정된다. 아무리 좋은 언어라도 사회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언어의 오염이 시작되고 결국 그 언어는 이전의 의미로는 쓸 수 없게 된다. 나에게 '늘봄학교'은 '녹색성장'과 같이 그렇게 오염된 채 다가왔다.2024학년도 1학기 광주지역 늘봄학교, 신청에서부터 선정까지 학교 현장 갈등2월 현재 광주에서는 30여개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한 18개 학교 중 중17개교는 협의록이 없으며, 교장 결정 3개교, 교장과 교감이 함께 결정한 학교 1개교,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결정한 학교 2개교, 부장교사가 요청하여 승인한 학교 1개교 등 내가 속한 학교지만 어떻게 늘봄이신청되고 선정되었는지를 학교 구성원은 잘 모른다. 그래서 서로 의심하고 속상해한다. 이렇게 늘봄학교는 불필요한 학교 현장 갈등을 양산 시키고 있다.교사? 돌봄전담사? 일반직?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어"우리가 일 때문에 늘봄학교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늘봄학교 거부의 본질이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겠지만, 노동자에게는 일도 중요하다. 여전히 시간제가 많은 돌봄전담사의 업무도 아니고, 수업과 생활교육이 고유 업무이자 이것만으로도 과도한 노동을 하는 교사의 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일반직을 배정한다는 것도 총액인건비제에 묶여있는 공무원 상황을 보면 실현 가능하지 의문이 들고, 기간제에게 맡기는 것 또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부추김과 동시에 결국은 기간제 공고부터 선정 관리까지 다시 학교의 업무가 되는 것은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안다. 학교의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강요받은 업무를 그것도 과도하게 말이다.가장 중요한 사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는 '늘봄학교'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봄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늘봄학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무렵 내 마음을 훅 치는 기사 하나가 있었다. 기사 중에는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자녀로부터 들은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엄마, 나는 초등학교 때 돌봄교실이 제일 싫었어.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엄마랑 만나서 놀이터에서 놀고 학원에 가고 집에서 쉬는데, 난 혼자 돌봄교실에 갔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랑 만나고 싶었어." 우리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교에 있는 게 폭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 안드는지? 어른들보고 그렇게 있으라고 한다면 아마 대다수 집에 간다고 하지 않을까?늘봄학교에는 주체인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는 빠져있고, 즉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고민과 사유는 실종되었다.학교, 지자체, 무엇보다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도록필자도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었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거린 적이 있다. 대한민국 보호자들이라면 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번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때 절실하게 느낀 것이 돌봄의 사회적책임이었고, 학교 현장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은 보호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보호자의 양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동시간 합의와 양육시간 확보도 해당될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저녁 있는 삶'과 같은 것이다.학교가, 지자체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돌봄과 동시에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돌볼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천천히 가더라도 그렇게 가야 우리 아이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이 있다.그렇게 간다면 다시 '늘봄', 이 언어의 원래의 의미를 되찾아 진정 우리가 바라는 '늘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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