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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추승균 ˝성실한 선수로 기억되고파˝

입력 2012.03.16. 07:00 댓글 0개





'소리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38·KCC)이 정든 코트를 떠났다.

추승균은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KCC 본사 사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약 28년 동안의 농구선수 생활을 뒤로 하고 코트를 떠났다.

추승균은 "나를 많이 아껴주신 KCC 구단과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평생 옆에서 뒷바라지한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농구선수로 많은 것을 이뤘다. 이 자리에 행복한 마음으로 앉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중앙고~한양대를 거친 추승균은 KCC의 전신인 현대에 입단해 1997~1998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한 팀에서만 뛴 간판 포워드다.

평소 성실한 이미지로 '소리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으로 불린 추승균은 챔피언반지가 5개로 역대 가장 많이 우승을 경험한 선수다. 2008~2009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추승균은 동기생 서장훈(38·LG)에 이어 프로농구 두 번째로 정규리그 개인 통산 1만 득점(1만19점) 돌파 기록도 가지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109경기 출전, 1435점의 기록으로 통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리그 통산 기록은 738경기에서 평균 13.6점, 2.8어시스트, 2.3리바운드다.

이날 은퇴 기자회견에는 허재 감독을 비롯해 임재현, 하승진 등 선수단 전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허재 감독은 "좋은 선수가 정상에 있을 때, 제때 보내주는 것도 감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은퇴가 끝은 아니다. 제2의 인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미래를 멋지게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추승균과의 일문일답

- 은퇴 소감은.

"저를 아껴주신 KCC에 감사하다. 단장님과 프런트, 코트에서 함께 했던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평생 농구하면서 옆에서 뒷바라지한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선수생활하면서 정말 행복했고 즐거웠던 것 같다. 많은 것을 이뤘고 이 자리에 행복한 마음으로 앉아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뒤에서 응원해 주고 많은 사랑을 해주신 팬 분들에게 감사하다. 내가 떠나지만 KCC를 많이 사랑해주고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

- 은퇴를 결정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아내가 눈물을 흘렸고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 욕심을 냈다면 선수생활을 더 할 수 있어 보였는데.

"몇 개월 전부터 생각했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상에 있을 때, 떠나자'는 마음이었다. 이번에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아쉽지만 지난 시즌에 우승을 했기 때문에 행복하게 떠날 수 있게 됐다."

-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경기에서 졌을 때에는 모두 아쉬웠다. 특히 2009~2010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했을 때가 가장 아쉬웠다. 2연패에 도전했는데 몸 상태도 안 좋았고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았다."

-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와 애착이 남는 기록은.

"2008~2009시즌에 후배들을 이끌고 주장으로 나서 우승도 했고 개인적으로 큰 상을 받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기록은 올해 목표가 1만점이었는데 운 좋게 마지막에 달성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 KCC의 전력 공백이 뚜렷하다. 떠나는 마음이 무거울 텐데.

"부담이 좀 되지만 어린 선수들이 잘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기회가 많이 생기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항상 2인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나도 화려하게 농구를 하고 싶었지만 팀 사정상 궂은 일이나 희생하는 것에 집중했다. '소리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이 생긴 것 같다. 그 별명 때문에 사생활, 운동에 더 성실하게 임한 것 같다. 매우 좋은 별명이었고 별명처럼 앞으로도 더욱 성실하게 살아가겠다."

-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15시즌 동안 경기를 많이 뛰었는데 안 다치고 경기를 많이 뛴 것이다. 700경기를 넘게 뛰었는데 제일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별명답게 성실하게 했던 부분인데 그런 부분은 옆에 계신 허재 감독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 어떤 시절이 황금기였다고 생각하나.

"(이)상민이 형, (조)성원이 형과 함께 뛰었을 때가 많이 행복했다. 형들과 오래 뛰었고 많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당시 경기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 후계자로 꼽을 만한 선수가 있다면.

"모든 선수들이 잘 했으면 좋겠지만 (강)병현이가 제대해서 돌아와서 잘 했으면 좋겠다. 많은 생각을 하고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에 보탬이 되고 나보다 좋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 진짜 프로의 요건이란.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본다.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니까 인내심을 갖고 모자라는 부분들을 많이 배워야 한다. 어떤 자리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하고 노력한 만큼 대가가 오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열심히 일하면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본다."

- 농구를 그만 두고 싶었다는 순간과 자신의 농구인생에 점수를 매긴다면.

"아버지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중학교 2학년 때쯤 힘들었다. 사춘기였던 것 같다. 어머니가 옆에서 도와주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어머니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 93점 정도는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은지.

"코트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였다고 기억되고 싶다. 성실한 선수였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 동기생 서장훈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나는 이렇게 은퇴하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더욱 좋은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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