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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근로자들, 분노의 폭로···"이름아닌 번호로 불린다"
입력 2021.06.24. 15:08 댓글 0개물류센터 근무자들 나서 근무환경 폭로해
"이름 아닌 번호 불려", "안전교육 없었다"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그곳에선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렸다."
쿠팡이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 소재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미흡한 대처 등의 논란에 선 가운데, 이번에는 실제 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폭로가 나왔다. 이들은 쿠팡 측이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휴게 시간도 보장하지 않는 등 근로자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진보당 주최로 열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에는 각지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이 발언자로 나서 쿠팡에서 근무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번에 화재가 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는 원모(29)씨는 "쿠팡에서 일하면서 가장 참을 수 없던 것은 일하는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태도"라면서 "쿠팡에서 일하는 동안 제 이름이 불린 적이 없다. 이름이 아닌 '연락처 네자리(번호)'로 부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을 하다가 속도가 안 나면 중앙 관리자가 전화번호 뒷자리 부르며, '속도 좀 내주세요'라고 모두가 듣도록 방송한다"며 "몇 차례 방송에도 속도를 못 내면 불려가기도 한다"고 했다.
원씨와 마찬가지로 덕평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이규랑(34)씨도 "쿠팡은 사람이 관리하지 않고 개인 단말기를 부여해 앱이 관리한다"며 "포장 속도 늦어지면 화면에 빨간 경고등이 뜨고, 그래도 속도가 안 나면 관리자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씨는 쿠팡 측의 미흡한 안전교육과 현장에 제대로 된 관리자가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 관리자도 대부분 책임 권한 없는 계약직"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바로 처리 못 하거나 문의할 사람이 없어서 몇십분 헤매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재가 나면 대피 인솔자도 없는데, (근무 현장은) 큰 창고라 출구 찾기도 어렵다"며 "그런데도 안전교육은 처음 알바 시작했을 때 한번 받고는 받은 적 없다"고 지적했다.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근로자들의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최모(21)씨는 "휴대전화를 수거하기 때문에 화재 발생이나 급히 신고해야 할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일하던 중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안 열리고 움직이지 않아서 신고도 못 하고 갇힌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지는 않았지만, 진보당 측으로 쿠팡 근무 경험담을 밝힌 이들도 많았다. 오산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김모씨는 '영하 18도로 냉동창고에 들어갔는데 쉬는 시간 없음'이라고 밝혔고, 고양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최모씨는 '화장실 한 번 갔다 왔다고 시말서 쓰라는 등, 사실 확인 진술서 쓰라는 등 사람 무안하게 함'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동탄물류센터에서 출고 및 포장 업무 등을 했다는 이모씨는 '근무시간 9시간 내내 러닝머신에서 단 한번도 내려올 수 없는 노동'이라며 '소변을 보게 될까 두려워 물 한 모금 안 먹고 같은 동작을 9시간 내내 미치도록 반복할 때면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들었다'고 전했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 생존을 위협했다'고 적기도 했다.
진보당 측은 실제 근무자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청했다. 또 모든 물류센터의 안전 및 노동환경을 긴급 점검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30분가량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노동기본권 무시하는 쿠팡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무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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