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입력 2021.06.23. 14:56 수정 2021.06.23. 19:19 댓글 0개
독자 발언대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이정선 광주교대교수·6대 총장

내가 20여 년 전 우리대학 기획처 일을 할 때도, 10여 년 전 총장을 할 때도 대학구조조정은 빠지지 않았던 교육부 주문사항이었다. 지금도 대학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학의 설립인가부터 정원 조정은 교육부 소관인데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한 때 무분별하게 설립을 인가했다가 지금은 구조조정을 확대하고 있으니 교육부의 단기지향적 행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흔히 벚꽃 피는 순으로 대학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취학아동의 급감으로 대학의 수요-공급간 불균형이 생겨서 대학 입학생이 대학 정원보다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학생수 급감은 통계 수치를 거론 할 것도 없이 피부로 느끼는 것만 생각해도 금방 알 수 있다.

내가 대학입시를 치르던 40여 년 전에는 진학률이 낮았음에도 한 해 110 만 명 이상의 수험생이 대학 입시를 치르기 위해 북적거렸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대학입학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 수가 그 절반도 안 된 50만 명 선까지 떨어진 것이다. 더 암담한 것은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30만 명이 조금 넘었다 하니,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지방소재 대학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지역만 해도 올해 국립거점대학교의 입학정원 충원률이 100%에 미치지 못했다. 국립대학마저 상황이 이러하니 다른 사립대학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비인기 학과의 경우 입학 후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의 편입이나 휴학, 군입대 등으로 강의실에 남아 있는 학생수는 정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도 감지덕지할, 내실있는 학사운영이나 수업의 질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어 학생이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학생수 감소가 지속될 것은 뻔한 이치이다. 수정을 거듭하여 최소한 인원수를 예상하고 설계된 대학운영 시스템이 붕괴 일보 직전에 있다는 위기의 아우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물론 위기를 자초한 교육부가 응당 책임을 다하여야할 것이고, 현재 구조조정 카드를 통해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 위기 상황에 어찌 정부 탓만 하겠는가! 이제는 모두가 나서서 대학이 처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대학 구조조정만 무작정 강요할 수도 없다. 대학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운영조직과 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무 자르듯 하는 기계적인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은 전공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대학의 생리상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수도권 소재 대학 정원을 줄여서 지방대학을 살리자는 주장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고차방적식이다. 사립대학의 경우 폐교를 해도 재산권 행사의 뒷문이 막혀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대학이 궁여지책으로 학생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유학생 유치에 노력했지만, 교육재정을 늘리는데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고, 그 마저도 코로나19로 중단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산율 저하로 고3 졸업생의 공급도 제한적이고 외국 유학생 유치도 마땅치 않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적인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을 전문성 강화와 함께 조금 기능을 더하여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본다.

첫째, 초.중등 교육기관과의 연계강화이다.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 운영과 중학교의 진로직업체험프로그램, 초등학교의 영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은 대학과 공동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둘째, 전문직이나 경력직 간 전직을 위한 보충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적 트렌드 속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래사회는 생애주기상 개인별로 최소한 2-3개의 직업은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직업훈련기관과 구분되는 전문직종의 전직을 준비하는 기관의 역할을 담당하자는 것이다.

셋째, 평생학습 기관으로서 역할 확대이다. 에 따르면 다른 요소들과 함께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은 건강하고 오랫동안 행복하게 산다고 한다. 우리는 나이 들면 온몸이 종합병원이 된다고 걱정을 한다. 의학적 치료도 방법이겠지만 건강한 평생학습은 보다 더 건강한 신체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은퇴 후에도 본인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국가가 이들에게 평생학습장학금을 지급하자! 그래서 누구나 원하는 것을 대학에서 마음껏 배우도록 이들의 학습욕구를 충족시켜주자. 장기적으로 평생학습에 투자하는 부대비용이 질병 치료비에 들어가는 의료예산보다 적은 액수로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는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대학, 지자체, 교육청 등 관계기관이 모여 협의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집단지성의 중요성과 지역이 함께 상생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학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주체자로서 대학도 각고의 자구노력을 다해야겠지만, 과거 학교가 지역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했듯 대학위기 극복이 곧 지역의 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대학 살리기에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