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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화이자 '교차접종' 이미 효과 입증···"선진국·개도국 접종률 격차 해법"

입력 2021.06.19. 00:01 댓글 0개
사회필수인력 등 76만명 7월 교차접종
스웨덴·프랑스·캐나다·영국 등 시행 중
"면역력 유도 밝혀져…장기 관찰 필요"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경찰, 해양경찰, 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4월26일 오전 세종시 나성동의 한 병원에서 소방청 직원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을 받고 있다. 2021.04.26.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AZ) 백신과 화이자 백신 교차 접종이 허용된 가운데 교차 접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차 접종 효과와 안전성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입증된 만큼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봤다.

교차 접종이 이른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백신 공급 양극화를 말하는 '백신 디바이드(격차)'를 줄이는 데 일부 기여할 수 있다는 진단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19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다음 달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 대상자 76만여명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을 대신 접종하는 '교차 접종'이 허용된다.

교차 접종이 허용되는 대상자는 지난 4월 조기 접종 위탁 의료기관 2000여곳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한 30세 이상 방문 돌봄 종사자, 의원·약국 종사자, 경찰·소방·해경 등 사회필수인력 등 76만여명이다. 접종 간격은 현행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때와 같은 11~12주다.

추진단은 교차 접종을 앞서 연구했거나 이미 실제로 시행 중인 국가들의 사례를 검토한 후 전문가 심의를 거쳐 교차 접종을 결정했다.

스웨덴, 프랑스,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고령층으로 제한되기 전에 접종한 1차 접종자들에게 교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화이자·모더나를 맞을 수 있도록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나이를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영국은 동일한 백신이 없을 경우에 허용한다.

스페인 국립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가 18~59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자에게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1회 접종 때보다 결합항체가 최대 40배, 중화항체가 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선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교차 접종자가 아스트라제네카를 모두 맞은 접종자보다 체액성·세포성 면역 반응이 증가했다.

교차 접종 후 심각한 이상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에선 교차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율이 단일 접종 사례(10~21%)보다 높은 34%(110명 중 37건)로 높았지만, 대부분 피로도, 주사 부위 통증, 오한, 두통 등 일반 이상반응이었다. 독일에선 오히려 화이자 2회 접종자보다 교차 접종자의 전신 이상반응 발생률이 낮았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이미 5개국 이상에서 연구되고 있고, 대부분 연구에서 1차 아스트라제네카-2차 화이자 접종 후 면역력을 잘 유도한다고 밝혀졌다"며 "해외에서는 바이러스에 걸렸던 사람들도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접종했다. 비유하자면 생백신을 접종한 후 화이자·모더나를 교차 접종한 것인데 효능은 이미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에베르스베르크(독일)=AP/뉴시스]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이 한창인 독일 뮌헨 인근 에베르스베르크에서 15일 상자 속에 접종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빈 병들이 쌓여 있다. 2021.5.16

추진단이 교차 접종을 허용한 배경에는 당초 이달 말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서 공급하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이 7월 이후에 들어온다는 점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간격(12주)을 고려하면 30세 이상 돌봄 종사자는 다음 달 5일, 의료기관·약국 종사자와 사회필수인력은 다음 달 12일부터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코백스 측의 도입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차 접종하려면 7월19일부터 가능하다.

도입 연기에 대해 정은경 추진단장은 지난 17일 "코백스 측에서 전 세계적인 백신 부족 상황에 3월 이후 코백스 백신을 공급받지 못한 국가에 우선 배정 필요를 고려했고, 신규 제조서 등 승인 소요 기간 등이 걸려 국가별 공급 일정 변경을 알려온 데에 따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코백스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개발도상국이 다수인 남반구 지역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남반구 지역은 현재 '백신 부족-변이 바이러스 유행-겨울철' 삼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10여개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20~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겨울을 맞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최근 신규 확진자가 60% 이상 증가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재확산을 경고했다. 브라질은 백신 부족에 이어 감마형 변이(γ·브라질 변이)에 이어 델타형 변이(δ·인도 변이)가 확산하면서 전 연령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교차 접종 확대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백신 접종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왔다.

송 사무차장은 "교차 접종으로 인한 감염 예방 효과 상승, 변이 예방 등이 입증되고, 대량생산 능력까지 갖추면 접종 격차를 줄이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량생산, 빠른 개발, 개도국 내 백신 운반·보관 문제 등 시스템 문제도 같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교차 접종 안전성과 효과를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교차 접종을 많이 하게 되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항체 지속력과 방어 능력을 장기적으로 확인하고 교차 접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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