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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채용비리 빈발 왜?…신의직장·영업관행·官의 영향력

입력 2017.10.22. 06:22 댓글 0개
대졸자들 '신의 직장' 선호도 높지만 채용 좁은문
은행, 영업관행 미명하 유력 인사 자제 알음알음 관행도
금감원, 금융권 채용 점검…은행부터 전수조사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 충격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권이 또 다시 '인사 홍역'에 휩싸인 분위기다.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공공성이 강해 더 엄격한 도덕성을 지녀야할 금융권이 오히려 비리의혹에 자주 휩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신의 직장이라 불릴만큼 선호도가 높은 직장인데다, 관치금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규제기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현실, 금융기관들의 잘못된 영업 관행 등이 한데 얽힌 결과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금융공기업이나 은행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넉타이를 매고 일하는 화이트 칼러의 전형으로, 웬만한 경력의 직원 연봉도 억대 수준으로 높아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률이 말해주듯 바늘구멍처럼 들어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은행들이 대규모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VIP고객들의 자제 등의 청탁을 받고 채용하는 관행도 최근까지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규제 산업의 특성상 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인사 청탁이 들어올 경우 보험차원에서라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내용은 금융권 채용비리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심의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공개채용에서 합격자 10%가 '따로 추천 받은' 국정원 직원, 금융감독원 직원, VIP 고객 등의 자녀·친인척 및 지인이었다고 폭로했다.

심 의원은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한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내부 문건을 입수했으며 명단에 포함된 16명은 전원 최종 합격했다. 당시 2016년 우리은행 하반기 공채에는 1만7000여명이 몰렸으며 약 150명을 채용했다.

해당 자료에는 금감원 A부원장(보)의 요청으로 우리은행 B간부가 추천한 91년생 남자, 국정원 C씨 자녀로 우리은행 D그룹장이 추천한 92년생 여자 등 누구의 자녀 또는 지인이고 우리은행 어느 간부가 추천했는지 등의 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다.

심 의원은 "우리은행 한 센터장이 추천한 것으로 적혀있는 한 고객 자녀의 경우 비고란에 '여신 740억원', '신규 여신 500억원 추진'이라고 기재돼 있다"며 "은행 거래액수와 채용이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실시한 신입 공채에서 유력 인사의 청탁을 받고 합격 기준 미달인 직원을 선발인원까지 늘려가며 채용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5급 신입 일반직원 공채에서 필기시험이 끝난 뒤 채용업무를 담당한 모 국장이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필기전형 합격선에 들지 못한 지원자를 합격자 명단에 부당하게 포함시켰다. 특히 서울 지역 대학 출신을 지방 인재 전형으로 둔갑해 채용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22명이었던 채용 예정인원을 23명으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채용비리 사태와 관련해 "서류전형부터 최종면접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등 채용업무 전반의 공정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 채용 과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일단 은행권부터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침이며 실제 시중 은행 감사들을 불러 각사 채용 시스템을 점검해 당국에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작 채용 비리로 내부 혁신 중인 금감원이 다른 곳의 인사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나선 걸 두고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각도 보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공정성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지금 은행권이 블라인드 채용을 안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 관행이 문제인 건데, 제도가 아닌 채용 담당자들의 태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절대 갑인 관 쪽에서 각종 압력이나 민원이 들어올 경우 그냥 넘길 수 있는 은행들이 많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에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철저히 조사 공개해, 새로운 전환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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