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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4차전]'진짜 마지막' 이호준 "광주에서 끝내고 싶었는데 아쉽다"

입력 2017.10.21. 19:21 댓글 0개

【창원=뉴시스】김희준 기자 = NC 다이노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서 베테랑 타자 이호준(41)의 선수 생활도 정말 끝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은 이미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 지난달 30일 은퇴식을 했다.

하지만 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선수 이호준'의 시간도 이어졌다.

NC가 2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14로 패배, 1승 3패로 밀려 탈락하면서 '선수 이호준'은 정말 끝을 맺게 됐다.

이호준은 "은퇴식을 할 때보다 표현하기 힘든 마음이 벅차 오른다. 울지는 않았는데 누가 조금만 건드리면 울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이날 경기 4회말 대타로 나선 것은 선수로서 이호준의 마지막 타석이 됐다. 4회 2사 2, 3루의 찬스에서 김태군 타석이 되자 김경문 NC 감독은 이호준을 대타로 내세웠다.

이호준은 "마지막 타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5차전에 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 때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쉽다. 더 좋은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NC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면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을 했을 터였다.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호준은 마음 속에 있던 말을 꺼내놨다.

이호준은 "광주에서 야구를 끝내고 싶었는데 아쉽다. 마음 속으로 광주에서 시작했고, 광주에서 끝을 맺겠다고 생각했다. '신의 뜻'이 아닌가 했다"며 "하지만 광주를 못가게 됐다"고 재차 아쉬워했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이호준은 후배들을 라커룸에 모아놓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했다.

이호준은 "후배들 덕분에 NC에서 5년간 정말 행복하게 야구하고 떠난다고, 고맙다고 했다"며 "경기가 끝난 후 미소가 나오더라.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길래 웃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서 "나 같이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가 있었을까 싶다. 프로에 들어와서 아무 생각 없이 맨날 놀던 시절이 있었다"며 "결혼하면서부터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겼고, 그 때부터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호준은 "NC에서의 5년은 여유가 있었다. 행복하게 야구를 했고, 해보고 싶은 야구와 꿈이 있었는데 다 해보고 떠난다. 행복하게 야구하다 떠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NC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던 이호준은 "NC가 우승을 언제할 지는 나도 모르겠다. 우승이라는 단어를 보면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생각이 든다"며 "이걸 잘 넘길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 그래도 올해는 하는 내내 편하게 했다"고 되돌아봤다.

이호준은 "NC에서 우승하겠다는 것은 욕심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신생팀이 3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신생팀이 창단 이후 빠르게 성장한 것을 보며 보람도 느끼고 배운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C는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5년간 NC에서 함께한 김경문 감독에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이호준은 "첫 해에 왔을 때 감독님이 경기도 중요하지만 끝도 중요하다고 했다. 멋있게 떠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너는 어떨 때 정점이라고 생각하냐고 했을 때 250개 홈런 치고 은퇴하고 싶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문 감독님이 항상 믿고 내보내 주셨다. 나이도 많고, 고참이지만 혼낼 때 혼내셨다. 그런 것 없었다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멋지게 떠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잘 배워서 지도자가 되면 감독님한테 배운 좋은 점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NC 선수들 중 후계자를 꼽아달라는 말에 모창민의 이름을 언급한 이호준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모창민이다. 지난 10년간 선배 수발을 들면서 싫은 표정을 한 번도 안지었다"며 "나보다 잘해야 한다. 내후년 FA도 대박이 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나 등번호 27번은 장현식에게 준다. 이호준은 "장현식이 아웃카운트가 27개라 그런 의미에서 27번을 가지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은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생각이다. 그 전에 일단 해외로 떠나 지도자 공부를 할 계획이다.

이호준은 "밖에서 보는 한국 야구가 어떤지 궁금하다. 다른 나라의 야구도 배우고 싶다. 미국으로 갈지, 일본으로 갈지에 대해서는 구단과 상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전에 지도자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던 이호준은 "지도자가 되면 변하는 선배들이 많더라. 나도 이상하게 변할까봐 지도자가 하기 싫었다"며 "하지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스타일로 지도해보고 싶어서 생각을 바꿨다. 선수 때 모습 그대로 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호준은 "지도자 연수는 1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어느 정도 해외 야구를 보고 한국에 와 한국 야구에 맞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jinxijun@newsis.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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