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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가을야구에서 자라나는 두산·NC의 '미래'

입력 2017.10.21. 08:25 댓글 0개

【창원=뉴시스】김희준 기자 = 적으로 만나고 있지만,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큰 무대인 가을야구에서 팀의 '미래'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팀 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은 미래를 염두에 두고 기대주들을 기용하고 있다.

두산은 베테랑의 부상으로 가을잔치에 주전으로 나서게 된 내야수 류지혁(23)과 포수 박세혁(27)이 큰 무대를 경험을 쌓았다.

여기에 올해 정규시즌 후반 두산 선발 마운드의 한 축으로 떠오른 함덕주(22)가 큰 경기에서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NC도 차세대 내야 주축 노진혁(28)을 중용하고 있고, 주전 포수 김태군의 입대를 대비해 박광열(22)과 신진호(26)도 가을잔치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다.

궁여지책이기는 하지만 4차전 선발로 우완 정수민(27)을 낙점한 것도 미래까지 바라본 결정이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류지혁을 주전 유격수로 기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32)가 지난 8월 29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파울 타구를 잡으려다 왼 어깨 부상을 당했다.

김태형 감독은 부상에서 어느정도 회복된 김재호를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했지만, 주전으로 뛸 정도의 몸 상태는 아니다. 정규시즌 중 김재호의 빈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운 류지혁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주전 역할을 해야했다.

큰 무대에 주전으로 나서는 것이 처음인 류지혁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회초 실책을 저질러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고, 이후에도 실책성 플레이를 했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류지혁은 두산의 미래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김재호가 없을 때 류지혁이 잘해줘 정규시즌 2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믿음을 보냈다.

플레이오프 2, 3차전에도 변함없이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류지혁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점차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고 있다.

박세혁은 이번 시리즈 3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모두 교체 출전이었다.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양의지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경기에 나섰던 박세혁은 3차전에서 양의지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중용됐다.

원래 허리가 좋지 않던 양의지가 1회말 수비를 하다가 통증을 느꼈고, 박세혁은 2회초 양의지의 대타로 일찌감치 경기에 투입됐다.

포스트시즌에서 포수라는 자리는 부담이 적잖다. 이런 자리에 급히 투입됐지만, 류지혁은 큰 실수 없이 두산의 안방을 지켰다. 여기에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타선에도 힘을 보탰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박세혁이 너무 잘해줬다. 올해 양의지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계속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판타스틱4'라 불리는 선발진을 보유한 두산에서 올해 정규시즌 중 5선발로 존재감을 뽐낸 함덕주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필승계투조로 나서며 '차세대 토종 에이스'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함덕주는 35경기에 등판, 137⅓이닝을 던지며 9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에 나선 15경기에서 58⅔이닝을 던지며 6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91로 일취월장했다.

가능성을 보인 함덕주는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5이닝을 던지는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그가 내준 안타와 볼넷은 각각 2개, 1개 뿐이고, 탈삼진을 6개나 솎아냈다.

특히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3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흔들린 마이클 보우덴의 뒤를 이어 등판,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두산의 14-3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이 "함덕주 조기 투입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평할 정도였다.

NC도 향후 내야 주축이 될 노진혁이라는 보물을 발견했다.

노진혁이 중용될 기회를 잡은 것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다. 당시 경기에서 주전 3루수 박석민이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김경문 감독은 3회초 박석민을 빼고 노진혁을 투입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노진혁은 수비를 안정적으로 해냈을 뿐 아니라 홈런 두 방을 포함해 4타수 4안타 3타점 4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러 준플레이오프의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박석민의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노진혁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출전 기회가 확 늘어났다.

김경문 감독은 "노진혁이 상무에서 제대하기 전부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하려고 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을 치러봐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노진혁 타석에 대타를 낼 타이밍도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노진혁은 앞으로 NC 주전으로 뛸 선수"라고 잘라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회초 주전 포수 김태군을 빼고 신진호를 투입했다. 이후 박광열도 포수 마스크를 썼다.

2차전에서 김태군을 교체한 것이 문책성이 아니라고 강조한 김경문 감독은 "당시에 포수를 질책하는 의미는 아니었다. 신진호, 박광열도 그런 상황에 나가봐야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3차전을 내리 지면서 벼랑 끝에 몰린 NC는 4차전 선발로 정수민을 내세웠다.

사실 '궁여지책'이나 다름없다. NC는 지난 17일 1차전에 장현식, 18일에 이재학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고, 3차전에는 에릭 해커를 선발 등판시켰다.

이번 시리즈에서 제프 맨쉽을 불펜으로 돌린 NC에는 선발로 쓸 만한 자원이 사실상 없었다.

중간계투로 나서는 이민호, 구창모의 선발 기용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플레이오프 2, 3차전에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서 불펜을 모조리 투입해 쓸만한 카드가 남아있지 않았다.

지난 NC에 입단한 정수민은 올해 대부분의 경기에 중간계투로 등판했던 선수다.

정수민은 지난 18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을 소화하면서 30개의 공을 던진 바 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정수민은 내년에 선발로 해줘야 할 선수다. 사실 안 던지게 하고 쓰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미래까지 생각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두산의 김강률, 이영하, 김명신과 NC의 구창모, 김준완, 김성욱 같은 선수들도 미래를 위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커다란 자양분이고, 이들의 성장은 강팀으로 가는 길이다 .

2007년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후 통산 58경기를 소화한 두산의 베테랑 외야수 민병헌은 플레이오프 3차전을 마친 후 "10년 전에 형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 그 때 배운 것을 내가 하고 있다"며 "후배들이 다음 치를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나를 보고 배운다. 그것이 반복되면서 우리 팀이 강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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