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코로나와 스승의날

입력 2021.05.13. 16:28 수정 2021.05.13. 19:46 댓글 0개

'한 판에 묘수(妙手) 세 번 나오면 진다'는 바둑 격언이 있다. 잇단 임기응변식 대처가 승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 여기에 얽힌 스승과 제자 이야기가 있다. '전투 13단'이라 불릴 만큼 일본의 죠와 명인의 승부욕은 남달랐다. 바둑의 권부라 할 '명인 기소(棋所)'를 놓고 라이벌 가문의 제자 인데쓰와 격돌했을 때 세 번의 묘수를 써서 이겼다.

당시 대결을 복기하곤 했던 죠와에게 제자들 중 가장 어린 막내가 비판했다. 초반에 착수(着手)를 잘못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거다. 포석부터 제대로 했으면 묘수를 쓸 필요가 없었을 터. 문제는 당시 분위기. 스승의 권위에 도전한 제자는 파문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자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여긴 죠와는 훗날 그 막내 제자를 후계자로 삼았다.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선종에서 말 없는 길을 찾는 대표적 화두 가운데 하나. 중국에선 520년경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달마를 초조(初祖)로 본다. 그의 불법(佛法)은 제2조 혜가로 이어졌다. 혜가는 제자가 되기 위해 칼로 자신의 팔을 잘랐다.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겨울, "만약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면 법을 주리라"는 달마와의 문답 과정에서다.

시대를 관통하는 삶의 지혜. 故 로빈 윌리엄스는 기억에 남는 스승 배역을 주로 맡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대표적. 영화 속 키팅 선생은 제자들에게 라틴어 '카르페 디엠'을 가르친다. 번역하면 '오늘을 잡아라'. 80∼90년대 숨 막히는 대학 입시경쟁 탓에 주입식 교육을 강요받았던 젊은 청춘들에게 울림이 컸다. '굿 윌 헌팅'에선 "네 잘못 아니야"라는 대사로 관객들을 울렸다.

얄궂은 운명도 있다. 해태에서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감독과 선수가 20여년 뒤 감독 맞대결을 벌였다. 최고의 명장인 김응용과 그의 애제자이자 국보인 선동렬은 2013년 한화와 KIA 감독으로 만나 대결했다. 공동 연구를 통해 성과를 냈던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이 노벨상 수상 여부를 놓고 갈라선 경우도 있다.

코로나19가 사제지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주에선 지금까지 학생·교직원 200여명이 확진됐다. 교총 설문 결과, 교원 85.8%가 코로나19 이후 교육활동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비대면 탓에 기념식은 사라졌다. 학창시설 불렀던 '스승의 은혜'가 지금의 초·중·고등학생들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유지호 디지털편집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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