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극장에 부는 오월 바람

입력 2021.05.13. 12:18 수정 2021.05.13. 19:46 댓글 0개
김혜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5·18을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가 영화 팬들의 이목을 사로 잡고 있다.

지난 12일 개봉한 '아들의 이름으로'가 한국 영화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같은 기록은 다음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스오피스에서도 개봉한 날 '스파이럴' '비와 당신의 이야기' '극장판 귀멸의 칼날' '더 스파이'에 이어 5위에 안착했다. '아들의 이름으로'의 이같은 기록은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열정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광주시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제작을 지원한 작품이다. 지자체의 지원이라는 한계상 제작비는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그런 연유로 이 영화는 영화계는 물론 광주 시민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의미에 공감하며 연대를 표한 것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 안성기, 윤유선 등은 출연료를 거의 받지 않고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스태프들에게 커피 등을 사며 현장을 독려했다고.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장소 곳곳 또한 광주 시민들이 좋은 오월 영화가 또 한번 만들어지길 바라며 무료로 빌려준 곳들이다. 광주의 영화, 연극인들 또한 조그만 단역일지라도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 장면의 빈 곳을 메웠다.

영화를 만든 이정국 감독은 이런 힘든 과정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제작에 나섰다. 그는 일찍이 1990년 장편 데뷔작 '부활의 노래'로 오월 광주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80년 5월 광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당시, 신인 감독이 5·18을 필름에 담아내기란 불보듯 뻔히 어려웠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제작비를 구할 수 없어 스태프들끼리 십시일반 모아 '부활의 노래'를 만들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데뷔작 이후 30년 만에 다시 한 번 선보이게 된 오월 영화 또한 쉽지 않은 제작 환경이었으나 그의 열정과 영화인들, 광주 시민들의 한 뜻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들의 이름으로' 이외에도 광주시 제작 지원으로 제작된 영화는 단편 9편과 장편 2편이 더 있다. 특히 장편 작품 이조훈 감독의 '광주 비디오: 사라진 4시간'과 임흥순 감독의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영화관 상영을 목표로 제작됐다. '광주비디오'는 지난해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만난 바 있다. 치밀한 취재를 통해 만든 이 작품은 당시 상당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지난 4월 28일 개봉했는데 다큐멘터리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13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예매 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아들의 이름으로'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7년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불러들이며 광주의 오월은 이전보다 덜 외롭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많은 이들이 '문화의 힘'을 느꼈을테다. 그 힘,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41주년이 되길 바라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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