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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세월호 당시 국가위기관리 훈령 불법조작 '묵인'

입력 2017.10.17. 16:54 수정 2017.10.17. 17:02 댓글 0개
청와대→안행부로 컨트롤타워 불법수정후 문건 즉시 파기
"朴청와대 빨간 줄 위기관리지침, 일련번호 없는 유령훈령"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법제처가 묵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법제처는 별도의 직원을 청와대에 파견해놓고도 청와대의 불법행위를 차단하거나 검토하지 못했고, 불법을 확인한 후에도 사후조치를 하지 않아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박주민 의원이 각각 17일 법제처로부터 제출받은 '청와대 지침 관련 사후처리 내역'과 '비밀관리기록부'에 따르면 법제처는 2014년 8월6일 청와대 안보실로부터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바뀐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접수받았다. 이후 행정적 수정처리만 거친 뒤 별도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해당 문건을 파기했다.

법제업무규정 제25조 3항은 '불합리하거나 법령에 저촉되는 훈령이 있을 경우 법제처장은 심사의견을 작성해 해당기관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제처는 훈령개정 후 불법성을 인지했을 때라도 심사의견을 제출해야 하지만 법제처는 청와대의 지시대로 훈령수정을 이행한 후 문건을 파기한 것이다.

앞서 지난 12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는 일련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필사로 수정한 지침을 2014년 7월31일에 전 부처에 통보했다"면서 "이는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6월과 7월 당시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고 안전행정부라고 국회에서 보고한 것에 맞춰 사후에 조직적인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청와대가 훈령을 고치면서 사전에 법제처 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과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 역시 위법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청와대의 불법 훈령 조작에 있어 법제처는 사실상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면서 "당시 청와대의 훈련 변경을 묵인한 당시 책임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제처 소관법령인 법제업무규정 제23조와 대통령 훈령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바꾸려면 청와대가 관련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변경을 요청하고 법제처장이 심의필증을 첨부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법제처장은 훈령에 발령번호를 부여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가 빨간 줄을 쳐 임의로 수정한 위기관리지침은 일련번호도 없는 '유령' 훈령이었다.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가 2014년 7월 말 임의로 수정한 국가위기관리지침에는, 정상적인 법제처 심사를 거쳤을 경우 대통령 재가를 거쳐 법제처장이 부여하는 훈령 일련번호가 붙어 있지 않았다. 법제처는 이같은 수정본을 일방적으로 하달 받고도 일련번호가 붙어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하급 기관의 지위에서 접수된 지침을 수정 반영했던 것이다.

실제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이후 2015년 5월7일 다시 한 번 개정됐는데, 이 때 개정 대상인 기존 지침은 청와대가 임의로 수정한 것이 아니라, 수정 전의 지침인 2013년 9월4일자 지침이었다. 2014년 수정된 지침이 훈령번호조차 없는 유령 훈령이어서 개정 대상조차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주민 의원은 "심사 및 훈령번호 부여 책임이 있는 법제처가 국가안보실에서 하달한 훈령을 번호조차 부여하지 않고 유령훈령으로 접수, 처리했기 때문에 이번에 밝혀진 불법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실질적인 훈령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이처럼 불법으로 지침개정을 하면서까지 숨기려했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는 법제처에서 파견 나온 고위공무원이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3개월 후 청와대 안보실이 법제처의 업무규정과 대통령 훈령까지 어겨가며 지침을 바꾸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도 정 의원에 의해 새롭게 드러났다.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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