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약자들의 보루 소화자매원, 사회가 보답할 차례

입력 2021.04.21. 16:19 수정 2021.04.21. 20:06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의지할 곳 없는 지역 장애인의 평생의 보루였던 소화자매원 수녀님들의 소식이 아프다. 장애인들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돼지키우기, 급여 헌납 등 온갖 굳은 일에 일생을 바치신 수녀님들이 정년퇴임으로 머무를 곳이 없다는 소식이다. 제 41차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즈음에 전해진 이 소식은 우리사회의 헌신과 봉사의 무게, 사회의 책임을 다시 한번 묻게 한다.

특히 이곳은 광주시민들의 정신적 의지처였던 고 조비오신부의 손길과 마음이 가득 담긴 또 하나의 거처로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절절하게 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을 이끌고 있는 예수의소화수녀회 지도사제인 조영대 신부가 최근 이같은 상황을 5·18기념재단에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소화자매원은 65년부터 함께해온 결핵환자를 비롯해 여성정신장애, 발달장애인 등 27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예수의 소화수녀회 수녀들이 이끌어왔는데 사회복지법인 규정상 정년을 맞은 수녀들이 머무를 수 없는 것이다. 이곳 수녀들은 성당 소속이 아니라 교구로부터 생활비도 지급받지 않았고 소화자매원과 장애인 지원에만 매달리느라 자신들의 노후 거처를 준비하지 못했다.

평생을 헌신한 수녀들이 정년을 넘었는데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소화자매원에서 20대부터 장애인을 돌보다 은퇴한 10여명의 수녀들은 이미 70~80세에 이르고 최고령자는 81세에 달한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 중환자실을 짓는데 사비를 털어 지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고 조비오 신부가 생전 소화자매원 이사장을 맡아 수녀원 건립을 추진하다 안타깝게 선종하셨다. 이후 코로나 19로 활동이 중지되며 수녀들의 거처마련이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다. 보다 못한 조 신부가 지역사회에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가족도 사회도 돌보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전 생애를 바친 이들의 애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눠야할 감사한 십자가에 다름 아니다. 타인을 위한 봉사와 희생이 누군가의 덫이 되는 사회는 더 이상 안된다. 광주시민 모두가 나서 소화자매원 수녀님들의 안식을 준비해야 한다. 이 아프고 아름다운 4월의 지상명령에 다름아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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