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안그래도 코로나로 어려운데 방사능 오염수라니"

입력 2021.04.18. 12:37 수정 2021.04.18. 14:16 댓글 3개
일본 정부 방사능오염수 방류 사태
남해안 수산 업계 생계 초토화 우려
후쿠시마 사고 당시도 판매량 40% 감소
어민들 19일 해상 시위 “정부 나서야”
여수 수산특화시장 모습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겼는데, 방사능 오염수가 흐르는 바다에서 난 수산물을 누가 사먹으려 하겠어요? 절대 안됩니다. 정부도 이번 사안을 대충 넘기려 하지 말고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지난 16일 정오께 여수 남산로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손님의 발길이 뜸한 수산시장에서 만난 바다횟집 서현호(67) 사장은 일본 방사능 소리에 손을 절래절래 내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손님들이 물고기를 사며 "이거 일본산 아니냐"고 묻는 통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것.

서씨는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면 1년 사이에 남해 앞바다까지 온다고도 하지 않나"며 "수산물로 생계를 이어가는 시장 상인이나 어민 모두 생계에 큰 지장을 겪을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여수 종포 부두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어민 유모씨. 유씨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은 어민들에 치명타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로 모임과 여행이 제한되면서 관광객들 발길이 뜸한데 방사능 방류 문제까지 덮치면 해양수산을 생계로 이어가는 여수에는 더 큰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다.

서씨는 "주말에는 그나마 대여섯팀 정도 손님을 받고 평일에는 한두팀, 아니면 아예 손가락만 빨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방사능 오염수 문제까지 덮치면 끝이다. 반드시 정부에서 이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광 명소로 떠오른 여수 종포 부두에서 만난 어민들도 같은 목소리였다.

30년간 3.6톤 크기 연안어선 한 척을 74세 어머니와 함께 몰며 생계를 이어온 선장 유모(59)씨. 이날도 뱃일을 마치고 어구를 정돈 중이던 그에게 일본 방사능 문제 심각성을 묻자 대번에 "당장 멈춰야 한다. 목숨이 걸려 있다"고 펄쩍 뛰었다.

유씨는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자기들 땅에서 다 해결할 일이지. 남의 바다까지 피해를 끼쳐서야 되겠나"며 "1시간 가량 연안 바다에 나가 꽃게나 아귀를 잡아서 파는 것이 생계의 전부다. 만약 이곳까지 방사능 오염수가 들이닥친다면 우리는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전날인 15일 권오봉 여수시장도 즉각 방류 결정을 철회하라며 전남도와 경남, 제주 등 지방정부와 연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민들도 정부가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 주변국과 함께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문하고 있다.

현영완 서남해수어류양식수협 총무과장은 "과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수산물 판매가 40%가 감소하는 직접적인 피해가 있었다. 해상 방류는 절대 안된다"며 "어민들은 당장 19일 월요일 오동도 일대까지 해상시위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민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정부가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 일본 해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 부산에서 여수, 목포까지 대한민국 서남해안 일대 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이 현재 6%만 방역 검사를 받고 있는데 이를 전수검사 해야 한다. 사실상 수입수산물 수입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만약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국내산 수산물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한편 어민들의 수익이 감소해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경우 그에 대한 저리 자금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을 결정하는 관계 각료 회의를 열고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보관된 125만844톤의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한 후 30~40년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현재 하루에도 140톤의 방사능오염수가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도 방사성물질인 트리튬은 제거되지 않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이 해양 방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수=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강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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