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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함께' 예능 어떻게 생각하세요?

입력 2021.04.17. 06:00 댓글 0개
[서울=뉴시스]'미운 우리 새끼'에 노출된 음주 장면. 탁재훈과 김구라가 앉아 있는 식탁 위에 와인병이 놓여 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회사원 A씨는(34)는 퇴근 후 배달 음식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일이 일상의 소소한 낙이다. 그는 업무로 인한 잦은 음주로 매일 술을 끊고 싶다고 다짐하지만, TV 속에서 음주 장면이 나올 때면 매번 다짐이 흔들리며 편의점으로 향하곤 한다. 친구에게 예능 프로그램 때문에 음주 빈도가 느는 것 같다고 불평한 A씨는 친구로부터 "그건 네 의지의 문제지, TV와는 무관하다"는 대답을 듣고 동의하지 못 한다.

2016년 12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시즌2가 종영한 2019년 4월까지 3년에 걸쳐 방송된 '인생술집'은 연예게 대표 주당인 신동엽을 MC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프로그램은 술을 통해 연예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호평과 동시에 음주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018년 12월17일 '인생술집'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줬다. 방심위는 당시 "출연자 간의 대화보다 음주 장면을 지나치게 부각해 자칫 시청자들에게 음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거나 음주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신동엽이 또 다시 술을 소재로 한 예능으로 2년 만에 시청자를 찾는다. '채널S'에서 지난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신과 함께'다. '채널S'는 지난 8일 개국했지만, SK브로드밴드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자회사 미디어에스의 보유 채널로 B tv 사용자의 경우 '1번'에서 송출된다.

'신과 함께'는 '우리 인생에는 늘 술이 있었다'라는 슬로건 아래 특별한 날 어떤 술과 안주를 먹을지 고민인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술과 안주를 추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연예계 소문난 애주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꿀조합 '주식(酒食)'을 추천해 주는 '인문학 토크쇼'를 지향한다.

지난 9일 방송된 첫 회에는 신동엽과 함께 MC를 맡은 박선영, 이용진과 게스트 경제 유튜버 슈카와 그룹 비투비의 창섭이 출연했다. 이들은 스튜디오에서 위스키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며 위스키를 맛봤고, 시청자들의 사연에는 자신만의 이유를 들며 특별한 날과 어울리는 술과 안주를 추천했다.
[서울=뉴시스] 채널S ‘신과 함께’ 포스터&캐스트 이미지. 2021.04.12. (사진 = 홍보사 스토리라임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신과 함께'에만 술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찰 예능이 유행하면서 관찰 카메라 속 출연 연예인들의 음주 장면이 자주 전파를 통해 노출되고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배우 임원희의 음주 장면을 포함해 자주 연예인들의 음주 장면을 내보냈다. 지난주에는 탁재훈, 김구라, 이상민, 김준호가 술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노출됐다.

tvN '업글인간' 10일 방송분에서는 허재가 금주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시는 장면이 방송됐고, 함께 자리한 지상렬과 김수찬은 금주 중인 허재를 유혹하는 행동을 보였다. 12일 방송된 JTBC '독립만세'에서는 배우 김민석이 친구들인 시우민, 조권 등과 집들이를 하는 과정에서 테이블에 술이 놓여 있는 장면이 송출됐다.

시청자에 입장 물으니…찬반의견 분분예능 프로그램이 주 타깃으로 하고 있는 2049세대, 그 중에서도 사회 초년생으로서 음주를 가장 빈번하게 할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집중해 의견을 물었다. 노출 자체가 꺼려진다는 보수적인 입장부터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생각을 엿 볼 수 있었다.

먼저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시청자들은 청소년에 대한 악영향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또 이들은 음주 장면이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만큼, 주류에 대한 소비 욕구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광고와의 비대칭적인 규제에 대한 지적도 있었고,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경고 없이 노출되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 중인 문모(30)씨는 "예능에서 음주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해 연출하면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음주의 부작용과 위험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경고 없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구에 사는 윤모(27)씨역시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중학생 동생을 둔 사람으로서 술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반대한다. 주류 광고가 10시 이후부터만 가능해진 걸로 아는데, 예능은 이런 제재를 피해서 여과 없이 술을 마시는 게 방영된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와는 반대로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는 반응, 심지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답변도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음주 장면 노출이 본인의 음주 욕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청소년이나 성인의 음주와 관련한 사회문제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주 장면을 없앤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서울=뉴시스]'업글인간'에서 음주 장면이 노출된 부분.(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강서구에서 사는 이모(31)씨는 "단지 술과 안주를 콘셉트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청소년들에게 술을 권유한다는 생각은 이른바 '불편충'들의 문제로 보인다. 술을 마시는 장면은 15세 관람가 드라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음에도, 특정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모(32)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음주 장면이 사회문제로 연결되는 것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대놓고 술을 권유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예능은 예능으로 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술이 유해하다고 할지라도 본인이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술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체보다 술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재 자체보다도 어떻게 다루냐의 문제인 것 같다.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상황에서는 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전면적으로 '죽어라' '마시라' 하는 걸 연출해, 음주 문화를 왜곡하는 건 곤란하다. 하지만 나영석 PD 프로그램을 보면 저녁에 하루 일과를 끝내고 밥과 함께 반주를 곁든다. 그 정도 분위기는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좀 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술을 고민 해결 방식으로 등장 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셔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술을 오락화시키는 것은 술이 가진 부작용이나 이면의 모습을 희석시키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하고 이를 방송이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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