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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코로나 변이바이러스에도 효과 있나..."중증 예방 70% 가능 기대"

입력 2021.04.17. 00:17 댓글 0개
국내 변이 바이러스 누적 379건…집단감염 22건 발견
"감염 예방 효과 떨어지나 중증 방지 효과 기대 가능"
기억 T세포 작용 기대도…1회 접종으로 T세포 활성화
변이 잦은 RNA바이러사 증식 억제 위해 집단면역 필요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재개된 지난 12일 서울 중랑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백신 투여를 준비하고 있다. 2021.04.12.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하면서 현재 예방접종 중인 기존 백신의 효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된 백신들이 변이 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접종을 권고하면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백신을 접종하면 중증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전 세계가 균일하게 접종해야만 개발된 백신을 무력화하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 12일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는 누적 379건이다.

변이 유형별로 영국 변이 324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변이 46건, 브라질 변이 9건 등이다. 해외 입국 후 자가격리자 접촉 등으로 감염이 확산하면서 국내 집단감염 사례 22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제약사별 임상 3상 예비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존 바이러스 예방 효과는 화이자 95%, 모더나 94.1%, 아스트라제네카 79%, 얀센 66%, 노바백스 95.6% 등이다. 화이자의 경우 6개월 전 접종자 1만2000명을 포함한 4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새 임상시험에서 91.3%로 확인됐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를 만나면 달라진다. 영국 변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74%, 노바백스 89% 등으로 어느 정도 선방하지만, 남아공 변이에선 각각 10%, 49.4%로 확 떨어진다. 화이자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 감염 예방 효능이 정확히 검증되지 않았지만, 남아공 변이의 경우 바이러스 배양 실험에서 항체 보호 효과가 3분의 2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져도 백신 접종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기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중증 예방 효과가 100% 가까이 나오지만, 변이 바이러스 중증 예방 효과는 그보다 좀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감염 예방 효과가 10~20% 이상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중증 예방은 70%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항원을 기억하는 면역계 세포인 '기억 T세포' 때문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다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기억 T세포가 변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거나 심한 감염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코로나19 면역학 컨소시엄과 버밍엄 대학교가 최근 80세 이상 백신 1회 접종자 165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접종 5주 후 혈액 내 항체와 T세포 반응을 비교한 결과 각각 31%, 12%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만으로도 인체가 다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고 기존 백신과 기억 T세포에 너무 의존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비교적으로 변이 바이러스 지역사회 확산을 비교적 잘 막은 국가로 평가되지만,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언제든 우세종으로 퍼질 수 있기 떄문이다.

[서울=뉴시스]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전파된 국가(상),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전파된 국가(하). (사진=cov-lineage 홈페이지 캡처). 2021.04.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월14일 기준 103건의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보고돼 114개국 중 41번째로 많은 건수를 차지했다. 순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영국 19만9054건, 미국 2만9712건, 독일 2만8667건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확산을 어느 정도 막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아공 변이 보고 건수는 70개국 중 48번째를 차지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유럽이나 다른 국가에서 변이 발생률이 10% 미만에서 50% 이상 우세종으로 변하는 데 불과 몇 개월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변이 점유율이 매우 낮은 편이지만, 유행을 억제하지 않으면 언제든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행 억제는 단지 우리나라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현재 사용하는 백신이 듣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RNA 바이러스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불안정해 변이가 자주 일어난다.

옥스팜, 국제앰네스티 등이 연합한 '피플스 백신 연맹'(People's Vaccine Alliance)이 28개국 과학자 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6.2%가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1년 이내에 예방효과를 잃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에 대해 그레그 곤살레스 미국 예일대 감염병학 교수는 "새로운 돌연변이는 매일 생겨난다. 이전 바이러스보다 면역 반응 회피에 용이하도록 변화할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돌연변이를 허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개발된 백신에도 효과가 없는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감염 규모를 줄여 변이 가능성을 낮추고,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증식과 복제를 억제해야 변이도 없다.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서는 더 높은 집단면역 수준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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