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좋은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입력 2021.04.13. 14:09 수정 2021.04.13. 20:14 댓글 0개
정유하의 교단칼럼 나산실용예술중학교 교장

"수업 좀 합시다!" 이 말은 공문 폭탄에 수업을 방해받는 교사가 한 말로 한 언론사의 기사 제목 일부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간간이 들려오는 소리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학교에서 처리한 공문 건수는 1만608건이고 한 교사당 해결해야 하는 공문이 평균 663건이다. 올해에 등재된 공문은 3천144건이다.

학교를 운영하는 관리자로서 학생들을 잘 키워보고 싶고 뭐라도 더해주고 싶은 마음이 항상 굴뚝같다. 조금 뒤처진 아이에게는 어떻게 보충해줄 것인지, 공부를 잘하는 애들에게는 더욱 분발할 수 있도록, 특별한 재주가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도와줘야 좋을지,우리가 아이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키우고는 있는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평가는 충분한 것인지,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어떻게 해결해 줘야 할지, 우리의 교육과정은 우리 학교에 맞고 충분한 것인지…

교육청과 지원청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좋은 수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준다. 감사한 마음에 이것도 덥석, 저것도 덥석 받아 해보자고 제안한다. 문제는 교사들이다. 그들은 이미 여러가지 업무로 번아웃된 상태이다.

중등교육계에 들어와서 가장 놀란 점이 교사가 처리해야 하는 공문의 양이었다. 학교 교육의 질은 결국 교사에 의해서 결정된다. 교사는 교육권을 보장받고 주도적으로, 창의적으로 교육해야 할 주체인데 주체적으로 질 높은 교육을 할 시간이 정말이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문처리가 늦어지면 학교가 곤란해지니 재촉할 수 밖에 없다.

사정을 알고 있으니 재촉하는 마음도 매번 미안하다. 이런 근무여건 속에서 교사들에게 창의적인 수업을 연구하고 시연할 수 있을까? 생활지도를 해야 할 사건은 수시로 일어나고 여기, 저기에서 출장 다녀오라고 하는데 공문처리까지 밀려있다면 어느 것도 잘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아이들에게 친절하기도 힘들다. 이 상황에서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는 관리자가 미울 것이다. 우리도 많이 미안하다.

인성·감성 중심의 우리 학교는 특별히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고 늘 다짐한다. 아이가 힘들다고 하면 정말 힘들어서 그렇다고 인정해주는 선생님들이 감사하다. 그러기에 우리 학교에서는 담임에게 업무를 맡기지 말자고 약속하고 담임 이외의 교사들에게만 업무를 나누어 일하고 있다. 그래서 비담임의 업무는 더욱 과중하다.

수 해전에 친구가 "그렇게 바쁘게 살면 어떻게 창작을 하냐? 창의적인 사고는 빈둥거릴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나오는 것인데?" 그 친구는 대기업 연구실에서 근무하면서 수십 개의 특허를 따낸 연구자라서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아는 것이다. 사정을 알아주는 친구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학생의 창의적, 융합적 사고를 발휘하는 미래핵심역량을 길러주고 앞으로 닥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길러줘야 하는데 수업 준비는 뒷전으로 밀리고 공문처리로 시달려야 한다.

교사들이 수업에 대한 연구, 아이들 파악하는데 들이는 시간 등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래서 교육계의 리더들도 업무경감을 공약으로 내걸어본다. 하지만 하나가 줄면 새로운 공문이 생성된다.

공무원은 공문으로 말한다고 강조하던 어떤 교육 행정관리가 생각난다. "아, 우리 신분이 교사가 아니라 공무원이었구나." 학교의 행정업무는 상당 부분 학교와 교사의 관리 차원에서 발생한다. 학교, 교사관리도 과감하게 그만하자.

교사들은 소명의식이 있어서 이미 잘하고 있다. 업무경감정도로 해결되지 않는다. 혁명이 필요하다. 수업, 생활지도,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등 꼭 교사가 해야 하는 일만 남겨두고 과감하게 없애자. 행정업무가 일본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많다고 하는데 교육선진국은 일 년에 공문 5~6건으로도 교육에 성공해서 선진국이 되었다. 꼭 필요한 행정은 행정인력을 늘려 행정사들이 해결하도록 하자.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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