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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업고 이선 후퇴 받아친 친문···"당심·민심 괴리" 우려도
입력 2021.04.12. 08:55 댓글 0개친문 "대의원 과다 대표 문제" 권리당원 영향력↑
당내 우려 "선거 앞두고 룰 바꾸나…낯 뜨거운 말"
강성 당원 통한 '당권' 사수…2030 초선 문자폭탄
조응천 "국민 관심 없는데 집착…반성의 장 돼야"
[서울=뉴시스]정진형 여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최고위원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함께 선출하기로 했다.
나아가 친문 강경파 의원들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의 등가성' 보장까지 주장하고 있어, 재보선 참패 후 비주류와 쇄신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선 후퇴 압박을 친문 권리당원의 숫자에 힘입어 반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도종환)는 11일 비공개회의를 갖고 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기존 중앙위원회에서 뽑는 것에서 오는 5월2일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쪽으로 수정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은 제25조 3항의 2는 "선출직 최고위원이 궐위된 때에는 궐위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중앙위원회에서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임 김태년 지도부는 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진행하되, 최고위원은 중앙위에서 뽑도록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친문 초재선인 박주민, 김용민, 이재정 의원을 시작으로 홍영표, 우원식 의원 등 당권주자들과 2030 청년 의원들이 최고위원도 전당대회에서 뽑자는 주장을 하자 비대위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허영 대변인은 비대위 의결 결과를 전한 뒤 "당원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원 찬성했다"며 "이견이 없었다"면서 만장일치 임을 강조했다.
전당대회(전국대의원대회)와 더불어 양대 대의기구인 중앙위는 전당대회 소집이 어려울 경우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구성은 당 지도부와 원로 고문단, 국회의원, 기초·광역단체장, 시도당·지역위원장과 각급 전국위원장 등 800명 이하로 돼 있다.
일반 당원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대신 각 정파와 원로, 의원단의 '정무적 판단'이 반영될 여지가 큰 것이다. 때문에 총사퇴 후 새로 선출되는 지도부의 대표성을 위해 전대 선출을 주장한 것은 명분상 타당하다는 것이 당내의 지배적 의견이다.
주목할 점은 당권주자들은 직접 언급을 삼갔지만, 강성 초재선 의원들이 최고위원 전대 선출과 함께 '표의 등가성'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의원 과다 대표의 문제를 해소해야 당원의 의사가 보다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다"면서 현행 대의원 45%, 권리당원 40%(외 일반당원 5%, 국민 10%) 반영 비율을 문제 삼았다.
이재정 의원도 "비슷한 고민의 몇 명의 의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내용"이라며 같은 내용의 글을 SNS에 공유했고, 박주민, 황운하 의원도 유사한 의견을 잇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나아가 3선 정청래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당대표 후보자 예비경선에도 권리당원의 참여를 보장하자"면서 현행 중앙위원회 컷오프가 아닌 중앙위 50%, 권리당원 50% 방식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자 김용민 의원은 "민주당 쇄신은 당내 민주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당내 민주화를 위해 당원들의 의사가 당대표, 최고위원 선거에 최대한 반영되어야 한다"고 호응했다.
이는 당대표 선출을 비롯한 당내 선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주장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표의 등가성'에 따라 권리당원의 비중이 강화될수록 친문 강경파의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한 친문 이재정 의원이 중앙위 벽을 넘지 못하고 컷오프 당한 것과, SK계(정세균) 이원욱 의원이 대의원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권리당원과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밀려 탈락한 게 대표적이다.
당내에선 투표 반영 비율 변경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꿨다가 분열과 갈등 끝에 분당까지 했었는데 그렇게 가면 안 된다"며 "당원의 권리에는 대의원의 권리도 다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뉴시스에 "지난 재보선에서 국민이 우리를 심판한 것이 '너희 경선 룰이 잘못됐다. 권리당원 목소리를 (작게) 반영했다' 이런 것 때문이 아니지 않느냐"며 "반성하고 쇄신하라고 국민들이 말하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쟁점으로 하는 게 좀 낯 뜨겁다"고 꼬집었다.
친문 이선 후퇴 요구가 나오는 상황에서 권리당원 영향력 강화를 들고나온 배경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강성 당원들을 활용해 비주류의 공세를 차단하고 당권을 사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사과를 한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 2030 청년 의원 5인방이 '초선 5적'이라 비난과 함께 문자폭탄을 맞은 끝에 "친문과 비문을 나누어 책임을 묻지 말자"면서 한발 물러선 것은 친문 권리당원들의 집단행동이 건재함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 소장파인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 2016년 20대 총선 참패 후에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친박계가 당을 장악한 끝에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지난해 21대 총선을 연거푸 패배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는 아무 관심 없어 하시는 지도부 선출방식 같은 것에는 너무 집착하지 말라"며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 당대표 경선이야말로 '선명성 경쟁'의 장이 아닌 '혁신과 반성'의 장이 되는 데에만 집중하는 우리 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조 의원은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를 바란다"면서 주류 이선 후퇴를 요구한 바 있다.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재보선 참패 후인 지난 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의 위기는 당심과 민심 간의 괴리가 커졌다는 것"이라며 "결국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켜서 민심의 바다 위에서 어떻게 자기중심을 잡을 거냐가 민주당의 과제"라고 했다.
결국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친문 주류와 비주류 소장파 양측 모두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낸 후 일대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yeodj@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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