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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옷 걸어놓을까"···1인가구 여성들 '김태현 포비아'

입력 2021.04.08. 05:00 댓글 1개
여성 3명 대상 범죄에 혼사 산다는 사실 숨기려
남자 이름의 택배 수신인 등 다양한 방법 찾아
"베란다 걸어 놓은 브라우스 등 여성 옷들 치워"
"가전제품 고장 나도 혼자 있을땐 기사 안불러"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김태현(만 24세)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1.04.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서울 노원구 일가족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태현(24)이 세 모녀만 살고 있는 집에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되면서 혼자나 여성끼리만 사는 가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엔 여성 집주인을 대상으로 삼는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는데,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공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태현은 세 모녀가 살고 있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 퀵 배달기사인 척 집안에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5월엔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30대 A씨가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다가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자 강제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혼자 또는 여성끼리만 사는 이들은 이같은 사건들이 발생할 때면 외부인에게 집주인이 여자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2층에서 3년째 자취 중인 조모(27)씨는 노원구 일가족 살인 사건 소식을 듣고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 널어 놓았던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 치마 등을 전부 치웠다고 한다.

조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버지가 더 이상 입지 않는 헌옷을 걸어놓아 집안에 남자가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1년7개월째 혼자 살고 있는 서모(26)씨는 자취를 시작한 이후 택배 수신인을 남자들이 많이 쓰는 이름으로 기입했다. 코로나19 이전이었음에도 배달 음식을 기사로부터 직접 받는 대신 문 앞에 두도록 하는 '비대면 방식'을 고수해왔다고 한다.

서씨는 "동네 자체가 치안이 훌륭한 동네는 아니어서 이런 방법들이 최소한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서울 '노원구 세모녀 살해' 피의자인 1996년생(만 24세) 김태현. 서울경찰청은 지난 5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태현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사진 제공 = 서울경찰청). 2020.04.05. *재판매 및 DB 금지

집에 혼자 있을 땐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약 2년째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김모(25)씨는 냉장고, 에어컨 등이 고장 나도 혼자 있을 땐 기사를 부르지 않는다. 김씨는 "친구와 같이 있을 때만 에어컨 기사나 수리기사를 부른다"며 "괜한 불안감에 아예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자 유튜브에는 불안한 여성들을 위한 영상들이 공유되기도 한다.

지난달 유튜브 채널 '대충남'에는 "자취하는 사람들을 위한 남자목소리 기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누구세요', '자꾸 이러시면 신고합니다', '문 앞에 두고 가주세요' 등을 남자 목소리로 말하는 영상이다. 여성들은 방문자들에게 직접 응답하는 대신 영상을 틀어 집주인이 여자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는 것이다.

계정 주인은 "나도 여자이고 주변에 혼자 사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무서운 일들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여자 혼자 살기 힘들지만 이걸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영상을 접한 몇몇 네티즌들은 댓글로 "어젯밤에 어떤 남자가 술 취해서 문 두드리길래 영상 목소리를 켜니까 그냥 가더라, 고맙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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