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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10년···韓, 원전 안전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1.03.09. 14:23 댓글 0개
한수원, 개선 과제 56건 中 54건 처리…3년 내 완료
국내 모든 원전에 '지진자동정지설비·방수문' 설치
EU 평가 기반 '스트레스 테스트' 마쳐…검증 단계
'한국형 원전', 방사성 물질 차단에 日보다 유리
[부산=뉴시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4호기. (사진=뉴시스DB)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0년이 지났다. 당시 충격은 우리에게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줬고 이에 정부는 종합 점검을 통해 안전성 확보에 나섰다.

나아가 현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 가운데 하나로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은 현재 24기(23.3GW)에서 2034년에는 17기(19.4GW)까지 줄어들게 된다.

바꿔 말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전까지 우리는 원전의 도움을 계속 받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 삼아 최악의 상황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56건의 장단기 개선 사항을 도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54건을 완료했고 남아있는 2건도 2024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자동정지설비부터 방수문까지…원전 안전 '이상무'

9일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모든 원전에는 '지진 자동 정비 설비'가 장착돼있다.

이는 원전 보조 건물에 설치된 센서가 지진을 감지하면 제어봉이 자유 낙하 하면서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설비다. 리히터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를 멈춰 원전을 안전 상태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한수원은 3만8500여개에 달하는 기기의 내진 성능(0.3g, 규모 7.0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수행했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평가 방법에 따라 안전 정지, 냉각 유지에 필수적인 핵심 계통에 대한 내진 성능 평가도 거쳤고, 대부분의 기기가 0.3g 이상의 내진 성능 확보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추가로 성능 개선이 필요한 기기의 경우 보강, 교체, 입증 시험을 다시 받기도 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 이후에 덮친 쓰나미에 모든 전원이 상실되며 냉각 능력을 상실하고 핵연료가 용융돼 수소 폭발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한수원은 설계 기준을 넘기는 해일 발생을 전제로 해안 방벽을 고리 원전에 설치했다. 높이 10m, 길이 2.1㎞의 거대한 콘크리트 방벽이 원전을 감싸는 구조다.

이외에 모든 원전에는 방수문이 설치돼있다. 원전 부지 기준 3m 높이의 해일을 가정한 설비로 비상 전력 계통 등 주요 설비가 침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한수원은 지난 2012년부터 규제 기관과 협의를 통해 방수문 성능 기준을 수립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신제품 개발에 착수해 내진·방수·방화시험을 연속으로 통과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방수문을 개발했다.

실제로 이 방수문은 국내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도 적용됐다.

극한의 자연재해 발생으로 원전 다수 호기에서 동시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을 고려한 대비책도 마련해뒀다.

비상 발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다가 내려와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이동형 발전 차량과 이동형 펌프 차량을 확보했다.

아울러 전기가 없이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피동형 수소 제거 설비도 설치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냉각 계통이 작동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소방차 등을 활용해 냉각수를 보충하는 등 이중, 삼중의 안전 조치를 취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1978년 계기 지진 관측 이래 우리나라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10회 있었지만 일본은 약 4400회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가장 큰 경주 지진(5.8)과 동일본 대지진(9.0)을 비교하면 에너지 차이는 6만3000배에 달한다"며 "그럼에도 한수원은 지진에 대비해 원전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우리나라 첫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진=한국전력 제공)

"국민 안심할 수준까지 안전성 혁신"

한수원은 후쿠시마 후속 대책에 이어 모든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평가도 추진했다.

이는 유럽연합(EU)에서 수행한 평가 방법으로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자연재해에 대한 원전 대응 능력을 평가하고 개선 사항을 도출해 안전성을 보강하게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를 기반으로 평가 기준을 개발했고 모든 원전에서 스트레스 테스트 평가를 마쳤다. 현재는 이에 대한 규제기관의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원전이 일본 원전보다 방사성 물질 차단에 유리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일본 원전은 비등경수로 노형으로 증기발생기 없이 원자로 내의 냉각수를 직접 끓여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사고 시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 원전은 증기발생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증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 차단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우리나라 OPR1000 원전 격납 용기의 내부 체적은 일본에 비해 5배, 신고리 3·4호기 노형인 APR1R00 원전은 6배에 달해 사고 발생으로 수소가 발생해도 폭발로 이어지는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원전은 설계, 건설, 운영 과정에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왔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부족한 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피며 안전성 향상에 힘써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원전은 기술적인 안전 확보는 물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안전성을 혁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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