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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상실' '정신이상' 교통사고 보험사기, 10여년 만에 '덜미'
입력 2021.03.07. 11:00 댓글 0개정신이상 감정서 제출 등 재판부도 속여
법원 "기망행위 죄책 무거워" 징역형 선고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교통사고 후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처럼 행세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가족이 10여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 2009년 12월21일 A(당시 35세)씨는 서울 강서구 한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시외버스와 충돌, 두개골이 함몰되고 눈 위쪽이 골절되는 등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시신경이 손상되고 시력이 일부 저하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의 고모인 B(당시 70세)씨는 A씨에게 보험 사기를 제안했다. 병원에서 양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수락한 A씨는 서울 모 병원에서 좌안 0.04, 우안 0.02로 시력이 측정되게 한 뒤 청주의 모 종합병원에서 양쪽 교정시력 0.02 이하로 영구후유장해 진단을 받았다.
이 둘은 2011년 5월 C보험사에 허위로 진단받은 영구후유장해진단서를 제출, 상해일반후유장해보상금과 상해소득보상금 명목으로 4억9666만원을 타냈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씨는 2011년 7월 A씨를 양자로 입양하고, 이듬해 7월 A씨에게 한정치산 선고를 받도록 한 뒤 자신을 법정후견인으로 등록했다.
이후 시외버스 자동차 보험사를 상대로 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청주지법에 제기했다.
A씨는 재판부 요청에 따라 실시된 정신건강의학과 신체 감정에서 정신질환자처럼 행세하는 등 재판부를 속였다. 수년간에 걸친 재판에서 패소한 시외버스 자동차 보험사는 A씨의 법정후견인인 B씨에게 보험금 9176만원을 지급했다.
법원을 상대로도 사기 행각을 벌인 이들의 범행은 결국 꼬리를 잡혔다.
검찰의 보험사기 혐의 공소제기로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 A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시력 등 각종 검사에서의 기망행위도 드러났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고춘순 판사는 이 같은 죄를 물어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다만, 올해 82세인 B씨의 건강 상태와 시외버스 자동차 보험사에 대한 피해회복 기회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고 판사는 "B씨는 적극적 기망행위로 많은 금액의 보험금을 편취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등 그 죄가 무겁다"고 지적한 뒤 "A씨가 교통사고로 실제 시력이 크게 저하됐고, C보험사에 합의금 2억원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에 대해선 "C보험사에 대한 사기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과정에서 약 1년 동안 구금돼 있던 점과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B씨와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쌍방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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