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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의 성지 대구에 일제 잔재 상징물 버텨
입력 2021.03.07. 00:01 댓글 0개[대구=뉴시스] 정창오 기자 =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민족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독립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던 독립운동의 성지 대구시의 초·중·고등학교 내에 1945년 독립 이후 75년이 지나도록 일제 잔재가 버티면서 청산되지 않고 있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1907년~1908년)을 일으키고 1915년 7월 독립을 목적으로 무장투장을 전개해 독립을 달성하려 노력했던 광복회가 결성된 곳이며 지역별 독립유공자 비율이 가장 많은 곳이다.
하지만 대구의 일부 초·중·고등학교에는 친일 작곡·작사가가 만든 교가가 여전히 제창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무늬가 들어간 학교 교표, 왜향나무라고 불리는 가이즈카 향나무가 식재돼 있거나 아예 교목으로 삼은 것은 물론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비석까지 있다.
6개 사립 초·중·고에는 친일 작곡가로 알려진 인물이 작곡한 교가가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에 개교해 역사가 오랜된 학교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 교가를 채택했을 것이란 점을 감안해도 독립운동의 성지에서 여전히 친일 작곡가의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부끄럽다는 지적이다.
일본 오사카가 원산지인 가이즈카 향나무가 식재돼 있거나 학교를 상징하는 교목이나 교표로 지정한 학교도 있다.
가이즈카 향나무는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된 이토 히로부미가 달성토성(현 달성공원)에 2그루를 기념식수를 한 이후 많은 학교에 심어졌고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실정이다.
나무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일제 강점기에 가이즈카 향나무가 대구에 확산된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 설치와 함께 독립운동사에 대한 교육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일본의 왕(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비석도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이 비석에는 ‘황국신민의 서’라는 제목으로 '우리들은 대일본제국의 국민이다, 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폐하에 충의를 다하겠다, 우리들은 괴로움을 참아 단련해서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되겠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당시 학생들은 이 비석 내용을 외우고 큰 소리로 외치며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도록 강요당한 것이다.
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구지부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비석 옆에 내용을 설명하며 슬픈 역사를 알리는 안내판을 세운 학교도 있지만 안내판을 세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달성군의 A초등학교에 있는 ‘황국신민의 서’ 비석 옆에는 ‘일제 강점기에 학생에게 충성맹세를 강요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 다시는 이런 슬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겠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달성공원을 ‘달성토성’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달성토성은 신라~조선시대까지 대구의 관아로 사용됐지만 조선의 역사를 지우려는 일제가 1905년 공원으로 만들고 1906년에는 신사까지 설치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구의 일제 잔재가 지적된 이후 해당 학교들에 지속적으로 교가·교목·교표 개정 안내를 했고, 가이즈카 향나무의 경우 보존 결정 후 안내문을 설치하라고 권고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물론 아픈 역사, 부끄러운 역사도 유물이나 유적은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옳다”며 “교육적으로 활용할 것은 충분이 활용하되 교표나 교목, 교가 같이 크게 힘들이지 않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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