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창넘어북한] '北 노동당 군기반장' 조용원이 잘 나가는 이유는?

입력 2021.03.05. 12:21 댓글 0개
김정일,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 세우며 조직지도부 강화 조치
조직지도부, 극단적 권위주의 체제 북한 존속의 핵심 역할 담당
위계적 조직 구조의 최상층부 위치하며
상향식 보고, 하향식 지도 전달 체계 작동으로 전 단위 장악
65세 조용원, 정치국 상무위원 등 지난 1월 이례적 발탁인사
최룡해, 김재룡 전 비서와 달리 김정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북한은 극단적 권위주의 체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위하는 측근 엘리트의 권력 역시 막강합니다. 지난 2월 열린 8기 2차 전원회의에서 조용원 당 비서는 토론에서 당과 내각의 간부들을 조목조목 비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창 넘어 북한>은 조 비서가 책임자로 있는 조직지도부가 왜 '당 중의 당'으로 불리는지 짚어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팀 박수성입니다.

2주 전에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지난달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각이 수립한 올해 경제계획이 마음이 들지 않자 전원회의를 소집했고, 노동신문은 김위원장이 회의에서 경제계획의 문제점들을 나열하면서 신랄히 비판했다고만 전했습니다.이 보도만으로는 김위원장이 어느 정도로 화를 냈는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습니다.김위원장이 보고를 마친 뒤 이어진 토론회에서 조용원 조직지도부 비서가 당과 내각의 간부들을 거칠게 몰아세운 겁니다.

노동신문이 전한 조용원 비서의 발언내용입니다.

"일군들이 극도의 소극성과 보신주의에 사로잡혀 당대회의 결정도, 인민들 앞에 한 서약도 서슴없이 저버리고 있으며 이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총비서동지의 사상과 의도를 반대해 나선 반당적, 반인민적 행위로 보아야 한다. 당조직들은 총비서동지의 령도사상을 정확하게 받들지 않고 맡은 사업을 태만하는 일군들, 자리지킴만 하면서 전진과 혁신에 저해를 주는 일군들을 절대로 방관시하지 않을 것이며 문제를 단단히 세울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 발언이어서 상당히 순화된 표현입니다. 그걸 노동신문이 보도하느라 한 번 더 표현을 다듬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반당적, 반인민적 행위" "문제를 단단히 세울 것"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이 조용원 비서의 발언을 듣고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요?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이 딱 제격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조용원 비서가 아무리 김위원장 최측근이라고 해도 어떻게 다른 모든 간부들을 윽박지를 수 있었을까요?

그 답은 그가 북한 정권의 핵심중의 핵심인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책임자라는 점입니다.

오늘은 극단적 권위주의 체제인 북한이 존속하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지도부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형식적으로 볼 때 조직지도부는 선전선동부, 과학교육부, 간부부, 경공업부, 국제부 등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문부서 중 하나입니다.그렇지만 조직지도부는 다른 모든 부서의 위에 군림합니다.

유일영도체계라는 북한 특유의 통치방식이 바로 조직지도부라는 조직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신격화하고 모든 사람과 조직이 통치자에 대해 무한하게 충성하도록 만드는 일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조직지도부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조직이지만 조직의 전체 모습은 낱낱이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국내 연구자들의 글과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조직지도부를 북한 체제의 핵심 버팀목으로 만든 사람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입니다.

김정일은 1973년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조직비서와 선전비서를 겸했습니다.

이때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을 신격화하는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이라는 걸 만듭니다. 모든 당원이 최고통치자에게 절대적, 무조건적으로, 목숨을 다 바쳐 충성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얼핏 추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김정일은 북한 사람 모두가 10대 원칙을 내면화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철저히 따르도록 만들었습니다.

1996년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외교관 출신 현성일 박사 논문에 따르면 10대 원칙 발표 이후 유일사상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김정일은 1974년부터 2년 동안 모든 노동당원을 교육, 검열했다고 합니다.

모든 당원들이 당내 생활과 업무는 물론 사생활에서도 10대 원칙에 맞게 살고 있는지를 따져본 겁니다.이 과정에서 수많은 당원들이 당에서 쫓겨나거나 일자리를 잃었고 평양에서 추방 당하는 한편 심한 경우 정치범으로 처벌받았다고 합니다.

북한 전 사회에 새로운 체제 운영방식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작업이 김정일 혼자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당연합니다.

3주 전 소개 드린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의 저자 유영구 씨는 “북한 사회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활동이 조직지도부와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유일적 지도체제’와 ‘유일적 영도체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직지도부의 구성과 운영방식을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조직지도부는 조직담당 비서 밑에 조직지도부장, 4,5명의 제1부부장과 10여 명의 부부장, 각 부부장들이 1개 또는 여러 개를 담당하는 20여 개의 과로 구성됩니다.중앙당 조직만 그렇습니다.

북한에 있는 모든 조직에는 노동당 하부 조직이 구성돼 있습니다.

노동당 중앙당에 당위원회, 각 시도 당위원회, 군과 구역 당위원회, 리와 동 당위원회 등 행정조직들은 물론 군과 각종 사회단체들에도 당위원회가 조직돼 있습니다. 또 각 조직 내부도 그 조직을 구성하는 단위의 크기에 따라 크게는 당위원회, 작게는 세포가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 조직은 하급 조직을 상급조직이 관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피라미드 조직의 최상층부가 바로 노동당 조직지도부입니다.

일일 단위로 하급 단위에서 진행한 일을 상급 단위에 보고하고 이를 다시 정리해 차상급 단위에 보고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 조직지도부까지 말단 당 조직에서 일어난 일들이 시시콜콜 보고됩니다.

또 반대로 조직지도부가 내려 보낸 각종 지침들이 이 조직 체계를 통해 하부로 전달되고 집행됩니다. 또 상급 단위는 하급 단위에 대해 각종 '지도'를 합니다.

유일영도 10대원칙과 김정은의 지시, 당이 내려보낸 각종 지침과 정책 등을 당원과 조직들이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평가하고 잘못을 추궁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쁜 평가를 받는 당원은 앞길이 막히게 됩니다.

이것을 조직지도부의 당생활지도 기능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북한 모든 기관과 단체에 기층 당조직이 존재하고 위계적인 조직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당 중심 국가인 북한에서 조직지도부가 사회 전체를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겁니다.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유영구 씨에 따르면 조직지도부의 당생활지도가 전당부문, 군사부문, 행정부문, 기타 부문 등 10여 개 이상으로 나뉘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당부문은 중앙당 각 부서들과 내각, 각 시도의 당조직과 인민위원회, 군과 구역의 당조직과 인민위원회 등등을 담당합니다.

또 군사부문은 군대 안의 당조직을 관장하고, 행정부문은 보위부, 경찰, 검찰, 법원 등 사법기관을 관장합니다.

그밖에 당원 등록, 당 규약, 검열, 인사관리, 유자녀 관리, 신소처리 등의 업무를 조직지도부가 처리합니다.

조직지도부와 다른 당 전문부서를 비교해 보면 다른 당 부서들이 경제, 과학, 대남 정책 등 담당 분야만을 다루는데 비해 조직지도부는 그 부서들의 당생활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 부서의 업무까지도 깊숙이 관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업무 범위가 넓다 보니 구성 인원도 매우 많습니다.

현성일 박사에 따르면, 중앙당 조직지도부 구성인원이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조직비서 겸 부장 1인과 5-6명 정도의 부부장이었다가 김정일이 조직비서를 맡으면서 4-5명의 제1부부장과 10여 명의 부부장 등 총 3백여 명으로 확대 개편됐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노동당 중앙당의 다른 전문부서의 경우 부부장 숫자가 3-4명을 넘지 않습니다. 또 유영구 씨는 최근 전체 근무자가 1천~1천3백여 명까지 늘어났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직지도부가 확대되면서 다른 전문부서의 권한을 조직지도부로 넘겨받는 현상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김정일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모든 당기구와 행정기구 간부들의 인사권을 조직지도부와 간부부로 집중시켰습니다.

조직지도부에 간부과를 새로 만들어, 간부부가 전담하던 인사 대상 가운데 주요 당 간부와 국가 및 정부기관의 국장급 이상 간부에 대한 인사권을 장악하고 간부부는 중하위직 행정 간부들과 공무원 인사만 전담하게 했다고 합니다.

다시 조용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용원 비서는 8차 당대회를 마치고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할 때, 권력 서열 2위 최룡해 자리였던 김정은의 오른쪽에 섰습니다. 권력서열이 김정은 다음임을 보여줍니다.

올해 예순다섯 살인 조 비서는 노동당 중앙당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하부조직이나 다른 부서에서 일한 적이 없는 순수 조직지도부 ’맨’이라고 합니다.

상세한 이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1년 말 김정은의 권력 승계 이후 그림자처럼 수행해왔습니다.

2016년 당 중앙위원, 2019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2020년 1월 정치국 후보위원을 거쳐 지난 1월 8차 당대회 때 조직비서 겸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으로 발탁됐습니다.

1월의 발탁인사는 대단히 이례적이었습니다. 정치국 후보위원이던 그가 정위원을 뛰어넘어 김정은을 포함해 5명밖에 없는 상무위원이 됐으니까요.

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을 밀착 수행해 온 조용원이 자신의 정책 의도를 잘 실행하고 있다고 판단해 발탁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일 이후 조용원보다 앞서 조직비서에 올랐던 사람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재룡 현 조직지도부장뿐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 본인이 당총비서와 조직비서, 조직지도부장을 거의 전기간 겸임했습니다. 최룡해는 1년 남짓 재임했고 김재룡은 불과 4개월가량 재임했습니다.

조용원이 김정은에게 받는 신임에 비춰볼 때 이들보다는 훨씬 장수할 듯합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